엔저 현상이 한국 수출전선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하며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악화가 가시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환율 변화 영향, 기업실적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란 보고서에서 "작년 4분기 이후 본격화한 엔화약세가 올해 들어 일본기업엔 긍정적인 영향을, 한국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일본과 수출경합이 심한 한국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다만 환율변동의 효과가 수출에 나타나기까지 수 분기의 시차가 있어 그간 한국 기업의 실제 엔저 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연구위원이 올해 1분기 실적이 집계된 한국 수출기업 60개·일본 수출기업 144개를 분석한 결과 한국기업의 매출증가율은 작년 3분기 2.5%에서 4분기 -1.6%, 2013년 1분기 -1.1%로 크게 악화했다.
반면에 일본기업은 작년 3분기 -1.0%에서 4분기 1.2%로 한국을 추월하더니 올해 1분기 5.1%까지 치솟는 등 큰 개선세다.
영업이익률 역시 한국은 2012년 3분기 4.2%, 4분기 1.0%, 2013년 1분기 2.2%로 엔저현상이 시작된 이후 부진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일본 수출기업은 5.2%→4.1%→5.0%로 고공비행 중이다.
이 연구위원은 "전반적인 경기 부진 역시 기업실적과 관련있지만 환율 변화가 본격화한 2013년 4분기 이후 한국기업이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실적전망 역시 한국과 일본기업의 희비가 엇갈린다.
현재 2개 이상의 시장 전망치가 존재하는 702개 일본 상장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예상치는 3개월 전보다 1.0%, 0.8%씩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같은 조건의 한국기업 122개의 전망치는 각각 0.5%, 4.0% 하향 조정됐다.
한국기업 중 매출전망이 낮아진 기업의 비중은 58.2%로 높아진 기업(37.7%)보다 많았다. 반면에 일본은 매출전망이 높아진 기업이 68.2%, 낮아진 기업은 25.6%로 큰 차이가 났다. 특히 운수장비, 전기전자 등 국외매출이 높은 업종에 긍정적인 기대가 컸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3개월간 한국 기업의 실적전망은 부정적으로, 일본기업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엔화가치 약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변화가 실적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심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고-엔저가 본격화한 기간은 6개월 정도지만, 수출기업 실적엔 이미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엔저는 이제 시작인 만큼 환율변화가 국내 기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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