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도쿄증시의 폭락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글로벌 경제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천문학적인 공적자금 투입에 이어 일본까지 무제한 양적 완화에 나섰지만 근본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도쿄증시도 급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불안하다.
도쿄증시의 지난주 급락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투자심리를 결정한 재료의 생명력에 있다. 급락을 야기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버냉키 의장의 양적 완화 시사 발언은 수없이 예고된 재료였다. 연준 뿐 아니라 의회 등 정치권에서도 논란이었던 케케묵은 재료에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는 점은 취약하고 불안하다는 방증이다.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 수 있는 예고된 악재는 더 있다. 중국의 경기 악화가 그렇고 일본의 국채 금리 상승으로 상징되는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이 그렇다. 특히 4월초 연 0.3%대까지 떨어졌던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대까지 넘보고 있다는 점이 일본을 옥죄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40%에 이르는 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 정부가 국채 이자부담으로 재정파탄을 맞을 경우 글로벌 경제는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
문제는 한국경제를 옥죄는 아베노믹스가 더욱 기승부릴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증시가 출렁거렸다고 일본이 양적완화 기조에 전환을 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엔저로 고통 받는 한국의 수출 여건도 나아지기 어렵다. 아베노믹스가 좌초하면 글로벌 위기로 직결돼 우리가 받을 타격은 더욱 커진다.
소규모개방경제 체제인 우리나라로서는 선택이 제한적이지만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발등의 불도 끄면서 만약의 위기에 대응하라는 것이다. 당장 한국과 일본 수출기업의 매출증가율이 1년 만에 완전 역전된 마당이다. 눈 앞의 엔저에 만약의 위기에 대응하는 길은 경쟁력 제고 밖에는 없다. 혹여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글로벌 위기에 대응할 마지막 보루인 외환보유액도 그래야 늘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