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8% 성장이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하는 정부와 달리 국책·민간연구기관이 성장률 전망을 하향하거나 조정을 검토하고 나섰다. 4·4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이는데다 민간소비 부진과 수출증가세 둔화 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연구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3% 초·중반대로 추가로 낮출 경우 정부만 나 홀로 장밋빛 꿈을 꾸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19일 삼성증권은 올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로 대폭 낮췄다. 허진욱 거시경제팀장은 "향후 소득 증가가 정체되고 세수 결손 문제도 반복될 수 있어 소비·투자의 회복세가 더딜 것"이라며 "각국의 통화가치 절하로 상반기 중 수출 물량 증가세 둔화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허 팀장은 "한은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달성하기 어려우며 향후 한은도 경제전망을 더 낮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도 "지난해 10월 초 올해 경제성장률을 3.6%로 봤지만 국제유가가 폭락하고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내려가는 등 경제에 부정적인 일들이 많았다"며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경제전망은 올해 6월인데 수치만 하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그 전에 한 번 더 발표할지 아니면 그대로 6월에 발표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마찬가지다. KDI는 지난해 12월 전망에서 올 성장률을 3.5%로 보고 하방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져 이 수치만 그대로 반영해도 올 성장률은 3.2% 정도로 낮아진다고 내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KDI는 5월께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다. 올해 3.7%를 예상한 산업연구원도 하방 위험이 크다는 입장이다. 5~6월에 수정 경제전망을 낼 예정이다.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과 같은 3.4%를 예상한 LG경제연구원은 향후 경제동향을 지켜본 후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전망치를 냈고 다음 발표 시기인 4월 초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당장 성장률 전망치 조정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4·4분기 공식 실적치와 1·4분기 수치를 보고 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박성욱 거시국제금융분석실장도 "올 전망을 3.7%로 봤다. 수정 전망은 4월 말 5월 초에 나오기 때문에 유가 하락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와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 플러스·마이너스 요인들을 다 보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