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해약 부채질 하나

정부, 중도인출형 상품 과세 방침
긴급자금 조달 순기능 사라져
보험사 상품개발 의지도 꺾어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어려움으로 보험 해약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 8월 내놓은 세제개편안이 비과세 혜택을 대거 축소시켜 보험 해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로 중도 인출형 보험에 대한 과세 방침을 두고 하는 얘기다.

중도인출 기능이 보험계약을 유지하면서도 서민들이 급전이 필요할 때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임에도 비과세 혜택을 없애 보험 해약을 유인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 당국이 보험 해약보다는 중도인출기능, 계약 변경 등의 대안을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지만 중도인출형 보험에 대한 과세 방침이 이런 보험 해약 자제 권고와 상충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장기상품인 보험은 중도해지시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학자금ㆍ건강진단자금ㆍ생활자금 등 긴급한 자금수요가 있을 때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도 중도인출을 통해 긴급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과세 당국이 내년부터 월납 보험상품이라도 10년 경과 전에 중도 인출하면 연간 대출 금액이 200만원 이하인 경우와 사망 등 불가피한 사유를 빼고는 보험 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런 순기능을 활용할 유인이 사라진 셈이 됐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료 50만원 미만의 계약자들이 전체 중도인출 이용계약자 중 절반 이상으로 나타나 결국 중도인출에 대한 과세는 서민과세에 해당된다"며 "특히 최근 경기가 안 좋아 향후 중도인출 이용 소비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산ㆍ서민층에 과세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과세 대상인 중도 인출 규모인 연간 200만원을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대형 생보사의 중도 인출 이용 고객의 월 보험료는 30만원 이하가 30~37%, 30만~50만원이 25% 수준으로 전체의 최대 60% 남짓이 월 보험료가 50만원 미만으로 집계됐다. 중도인출을 활용한 고객이 대부분 중산층이라는 얘기다.

보험사의 상품 개발 의지를 꺾는 것도 문제다. 팍팍한 영업 환경의 돌파구로서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고려한 상품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번 과세 조치로 중도인출 및 수시 납입 기능을 가진 상품 판매가 무의미해지게 됐기 때문이다.

중형 보험사 관계자는 "월납 보험의 중도인출 제도는 급전이 필요한 고객이 보험을 유지하면서 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 친서민제도인 만큼 비과세 유지가 필요하다"며 "과세가 상품 설계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방향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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