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은 '뉴턴 이후 최고의 우주과학자'라 불린다. 그보다 25년 늦게 태어난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는 양자물리학 연구로 현대 이론물리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유대인 출신이라는 점 외에 이들은 원자폭탄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인슈타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이론적으로 원자폭탄을 제작하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렸으며, 독일이 먼저 만들 위험이 있다고도 경고했다. 오펜하이머는 핵무기 개발을 목적으로 창설된 미국 정부기관인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직접 원자폭탄 제작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일본에 원폭 투하를 결정하는 과정에도 개입했다.
이 책은 이론물리학자가 천재라고 불린 두 명의 위대한 물리학자에 대해 썼지만, 많이 다뤄진 과학분야에 대한 언급을 줄이는 대신 이들의 삶과 인격, 주변 환경을 위주로 살펴보며 비교했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특히 책은 두 사람이 어떤 과학적ㆍ정치적 환경에서 출현해 어떻게 한 시대를 상징하는 위대한 인물이 되었으며, 그 위대함을 어떻게 사회에 돌려주었는지를 추적한다. 그러면서 "위대한 인물은 단순히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만들어 낸다"는 주장에 접근해 간다.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만유인력법칙이라는 고전적 물리학이 한계에 부딪힌 시점에 등장했다. 즉 아인슈타인이 물리학 발전에 남긴 위대한 업적은 다른 개인이나 단체도 남길 수 있었다는 게 저자의 평가다. 1ㆍ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겪었고 히틀러와 스탈린의 폭정을 목격한 아인슈타인이 사회적 정의를 갈망하는 시민운동을 펼치고 전쟁에 반대하는 평화주의자가 된 것도 타고난 역사적 환경이 배경이 됐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또한 저자는 오펜하이머에 대해서 "양자물리학은 공동 연구한 결과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매섭게 꼬집는다. 두 위인을 향한 거침없는 평가지만, 이 같은 주장은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타고난 능력과 개인적인 노력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거북하지는 않다. 두 사람은 좌절과 성취에 흔들림 없이 늘 새로운 지향점을 다시 설정했고, 꿋꿋이 나아가는 비범함을 잃지 않았다. 이런 삶의 태도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들이 속한 사회를 변화시킨 원동력이 됐다.
1950년대 초반의 어느 날, 아인슈타인은 함께 산책하던 오펜하이머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일단 무언가 합리적인 업적을 이루게 된다면, 이후 삶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걸세." 원자폭탄의 탄생을 이끌었으나 평생 핵무기에 대한 부채감을 안고 살아간 두 과학자의 삶이 '위대함'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든다.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