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내에서 당지도부가 통합시한으로 정해놓은 ‘6ㆍ14’ 이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당 해체론’ ‘리모델링론’ ‘가설정당론’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복판에는 당 해체냐, 사수냐의 문제가 놓여있다. 친노와 비노진영의 대립이 극명한 지점이다.
◇지도부, 대통합 계속해야= 정세균 의장은 지난 25일 “성과에 따라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14일은 지도부의 전권을 위임한 기간이 만료되는 것일 뿐이며 그 이후에도 대통합 작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통합 성과부진에 따라 지도부가 사퇴를 포함하는 책임은 지겠지만 당은 해체하지 않고 현행 틀을 유지하면서 ‘질서있는 전환’을 모색해나가겠다는 메시지다.
통합시한 임박에 따른 내부의 동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단속의 의미가 강해보인다.
지도부 구상의 핵심은 다소간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3지대 통합론’을 완성하자는 것. 외부의 시민사회세력이 제3지대에서 원탁회의를 꾸리면 우리당과 민주당원내그룹, 탈당파 일부가 합류하는 그림을 만들자는 얘기다. 중진그룹과 중도파 일부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당내에서 어느정도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비노측은 ‘선 당해체론’= 비노진영은 ‘선(先) 당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법적인 해산이 아니더라도 지도부가 스스로 정치적인 당 해체를 선언하고 변화의 틀을 꾀하자는 것이다.
비노진영의 중심축은 정동영, 김근태 전의장이다. 반노전선에서 공조해온 두 주자는 탈당을 불가피한수순으로 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탈당을 결행할만한 여건이 마련돼있지 못하고, 창당멤버라는 점도 태생적 제약요인이다. 따라서 지도부가 스스로 당 해체를 선언하는것이 이들 주자로서는 운신의 폭을 넓히는 카드라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이들의 구상은 결국 `후보중심 통합론'으로 수렴된다. 당의 정치적 해체선언 이후 범여권 후보들끼리 모여 오픈프라이머리를 치르자는 것이다.
◇친노진영 ‘가설정당론’= 친노진영의 중심적 기류는 지도부와 마찬가지로 당의 해체 없는 `질서있는 전환론'이다. 그러나 이 대통합론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상황인식 속에서 ‘가설정당론’과 ‘리모델링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친노진영의 강력한 카드로 부상한 이해찬 전총리를 중심으로 가설정당론(Paper Party)이 제기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매개로 후보들이 연석회의를 꾸리고 이를 토대로 가설정당을 만들어 국민경선을 치르자는게 골자. 이는 김근태 전의장이 제안한 ‘연석회의’와 비슷한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