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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色의 향연…"오메! 물빛 들것네" 한국 海壁美의 진수 홍도동백만큼 붉은 바위 색깔보다 더 눈부신 빛깔목포서 쾌속선으로 2시간반…부속섬만 20개억겁의 세월·파도가 만든 기암괴석 탄성 절로 홍도=글ㆍ사진 홍병문 기자 hbm@sed.co.kr 빠돌해수욕장 군함바위 원추리꽃 칼바위 관련기사 [여행메모] 한국 海壁美의 진수 홍도 바위 색깔이 동백만큼 붉다 하여 붙여진 이름. 누구는 홍도(紅島)를 한국 해벽미(海壁美)의 진수라 부르고, 누구는 오묘한 기암 괴석의 보물 창고라 했다. 하지만 정작 홍도에 와보면 섬의 아름다움 못지않은 바다 물빛에 취하고 만다. 옥색, 비취색, 쪽빛. 도대체 뭐라 불러야 할지…. 울창한 푸른 소나무를 머리에 지고 떠 있는 붉은 기암영봉 밑에 진한 녹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물빛은 사람들의 혼을 빼 놓는다. 바위에서 발을 헛디뎌 바닷물에 발이라도 적시면 온 몸이 금세 스폰지처럼 옥색으로 쭉 물들어 버릴 듯하다. 조물주가 백두대간 줄기를 꽉 쥐어짜 울창한 한반도 산천의 짙푸른 녹음을 이곳 홍도 앞 바다에 쪽 뽑아 놓았대도 속아 넘어가지 않을까. 섬은 그 많은 소나무를 모두 제 몸에 가둬놓고도 솔잎의 푸른 빛깔마저 제 몸에 가두지는 못했다. 유람선 위에서 암벽과 짙푸른 바닷물을 바라보는 여행객의 가슴은 한 여름 뙤약볕을 받아 쫙 벌어진 수박같다. 한껏 부풀어 오른 감흥은 외마디 감탄사로 튀어 나온다. “오메, 내 몸마저 물들것네.” 유람선 선주는 흥에 겨워 입가에 마른 침을 적시며 기암절벽에 얽혀 있는 이야기 보따리를 푸느라 정신이 없다. 하긴 구구절절 어떤 말들을 늘어 놓아도 진기한 자연의 조화를 묘사하기엔 부족할 뿐이니 지칠 겨를이 있겠나. 홍도는 신안군 흑산면에 속해 있지만 정작 신안군보다 더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곳이다. 김해 김씨 김태선이 조선 성종때인 1408년 고기를 잡다가 풍랑을 만나 이곳에 피신해 주변을 보니 사람이 살만하고 경치가 좋아 정착한 뒤 마을이 만들어졌다 한다. 1965년 섬 전체는 천연기념물 170호로 지정됐다. 1981년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풀 한 포기 돌 한조각 마음대로 모양을 바꿔놓을 수도 없다. 목포에서 약 115 km. 쾌속선을 타면 약 2시간 반 걸린다. 남북의 길이가 6.7 km, 동서의 길이가 2.4 km인 누에 형상으로 딸린 부속 섬만해도 20개나 된다. 독립문 바위에 다가서니 선주의 목소리에 짐짓 힘이 들어간다. “어허, 사진은 지금 찍지 말고 쫌만 참으쇼, 잉. 쪼께 더가면 바위 구멍 사이로 햇빛이 들어 오니께 그때 찍으랑게. 그래야 그림 엽서 같은 명작이 되지 않컷소.” 섬 전체가 석영 입자로 구성된 규암(硅岩)으로 이뤄진 탓에 먼 거리에서 바라보면 푸른 천 위에 박힌 한점 홍옥(紅玉)같다. 벌건 바위 색에 가뜩이나 붉은 섬이 석양이라도 깔리면 온통 불에 타오를 듯 붉다. 뱃머리가 군함바위에 달라 붙으니 사람들이 앞 다퉈 거대한 바위 덩이 위로 쏟아져 내린다. 배 위에서 바라보던 경치완 격이 또 다르다. 바위에 올라 몇 걸음 더 내딛으니 바닷물이 분홍빛 암벽에 둘러 싸여 마치 연못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이런 절경에선 바보라도 시인이 되겠다. 홍도의 최고 절경으로 꼽히는 남문 바위 앞에선 억겁의 세월과 파도가 만들어낸 장엄함에 질린 인간들이 절로 몸을 낮추게 된다. 주머니 한쪽에 차고 온 세속의 때가 부끄러워 낯빛마저 ‘붉어지는’ 홍도는 과연 ‘홍(紅)’도다. 입력시간 : 2005/07/21 1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