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타이완의 기술과 자본을 발판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맹주를 노리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노동집약적 산업 구조를 자본집약적으로 변화시키는 촉매제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17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이와 관련 반도체 설계 등 첨단 분야에 대한 중국 고급두뇌들의 진출과 관련 핵심기술을 국산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지원이 맞물리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의 발전상황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지난 3년간 중국 반도체 산업은 그 이전 30년간을 압축해 놓은 것보다 많은 성장을 이뤘다. 이 기간 100억달러의 해외 자금이 반도체 산업에 투자됐으며, 19개 업체들이 중국 현지 공장을 설립했다. 눈여겨 볼 점은 이중 대부분이 타이완계라는 것. 중국 최대 수탁가공 업체 SIMC를 비롯 포모사프라스틱그룹의 자회사인 GSM 등 주요 업체들이 모두 타이완계며, 타이완 최대 수탁 업체 TSMC도 현재 본토진출을 추진중이다. 특히 이들이 투자할 추가 자금 액수만도 50억달러에 달해 중국 반도체 산업의 타이완 자본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질 공산이 큰 상태다. 이 같은 성과는 정치적 긴장 관계 속에서도 타이완의 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이려는 중국 정부의 전략이 주효한 결과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타이완에 대한 의존은 기술에서도 마찬가지. 중국은 통신ㆍ자동차 등 다른 첨단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시장을 내주는 대신 기술 이전을 내걸며 선진 기술 흡수에 몰두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에선 이미 소규모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의 국산화 작업도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완 정부가 자국 업체들의 본토 투자에 대한 빗장을 풀면서 이미 구식이 돼버린 `200mm 웨이퍼` 미만 등으로 설비 이전에 제한을 둔 것도 기술유출에 대한 두려움 때문. 문제는 중국의 막대한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해외 업체들이 중국의 기술 이전 요구를 쉽게 거절 할 수 없다는 점. 97년 70억달러였던 중국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03년 280억달러로 네배나 성장했으며, 2007년이면 5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미반도체산업협회(SIA)는 이와 관련 중국 반도체 산업의 흡입력을 중력에 비유하며 "중국이 곧 미국의 맹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