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경영권 분쟁 ‘2라운드’

증권선물위원회의 지분처분 명령으로 궁지에 몰렸던 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측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에 대해 공개매수를 선언함에 따라 현대-KCC간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인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KCC는 오는 18일부터 4월13일까지 증선위가 처분 명령을 내린 뮤추얼펀드 보유분 7.87%와 비슷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57만1,500주(8.01%)를 주당 7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12일 밝혔다. 이중 KCC가 50만주(7.01%)를, 대주주인 정 명예회장이 7만1,500주(1%)를 매수할 예정이다. KCC는 “기존 대주주인 김문희씨와 경영권 분쟁이 있어 주식의 추가적인 취득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대그룹 경영권 장악 의지를 분명히 했다. ◇KCC, “끝까지 가보자”=KCC는 8% 이상의 지분 재취득이 가능한 4월13일 이후에는 나머지 사모펀드 보유지분 12.91%도 비슷한 방식을 통해 일단 처분한 뒤 공개매수 등을 통해 되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KCC의 엘리베이터 지분은 36.89% 이상으로 회복,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측 우호지분 30.05%를 앞지르게 된다. 물론 이번에 공개매수로 매입하는 주식은 3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없다. KCC측으로서는 장기전까지 염두에 둔 이중 포석이다. 즉 시장가격보다 높은 7만원에 주식을 매입, `캐스팅보트`인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끌어들일 경우 주총 표대결 승리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소한 내년 주총에서는 경영권 장악이 가능할 것으로 KCC는 보고 있다. ◇현대 “비도덕적 처사”=현대그룹은 KCC의 이번 발표에 대해 “관계당국은 물론 주주들과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현대는 이어 “신기술 개발 등에 쓰여져야 할 기업자금을 대주주인 정상영 명예회장 일가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운영해나가겠다는 것”이라며 “KCC는 기업윤리를 망각했다”고 덧붙였다. 현대는 특히 KCC가 공개매수가격을 7만원으로 정한 것에 대해서도 “보유주식의 처분가격을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얄팍한 저의”라며 “정 명예회장 개인은 수백억원대의 차익을 챙기고 주주 및 회사는 피해를 봐도 된다는 비도덕적이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경영권 분쟁 대립 첨예화=현재 범(汎)현대가가 이병규 전 현대백화점 사장 등 중립 인사 3명을 신임 이사 후보로 추천, 중재에 나설 방침이나 KCC나 현 회장 모두 경영권에 대한 집착이 워낙 강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KCC의 공개매수 결정을 놓고 현대측과 KCC측이 이전투구식 비난 공세를 주고받을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데다 현대측 역시 여차하면 지분경쟁에 돌입할 태세여서 범현대가의 중재가 사실상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로서는 현 회장측이 자금력에서 열세라면, KCC측은 이번 증선위 결정으로 확인된 부정적 시각과 공개매수 성패 여부 등이 부담으로 작용, 양측의 2차 지분경쟁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형욱기자, 조영주기자 choihuk@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