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 공무원공개경쟁채용(행정고시)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 김모(26)씨는 새 학기부터 관악구의 신림 고시촌에서 서대문구 신촌의 대학까지 매일 등하교를 시작했다. 오는 25일 1차 시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고시와 학교에 각각 반씩 걸쳐두는 '이중생활'을 시작한 것. 만약 1차에 합격하고 휴학을 하면 2차 시험을 준비할 시간도 뺏기고 한 학기 등록금도 일부밖에 환불 받지 못하는 등 손해가 크지만 합격 여부를 알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복학을 신청했다.
2일 공무원 시험을 관할하는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행정고시 1차 시험 점수가 4일 사전 공개된다. 공무원 시험 모든 직군에서 합격 발표 이전에 사전 점수가 공개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1차 시험 결과가 신학기 한 달 가까이 지나 발표되기 때문에 미리 성적을 확인해 신학기 휴·복학 결정 등 수험생이 대부분 재학생인 만큼 이들의 편의를 높이는 취지다. 인사혁신처에서는 성적을 확인하면 당락 여부를 예측할 수 있어 수험생 편의를 고려한 '혁신'적인 정책으로 자평하고 있지만 정작 수험생들은 전혀 효과를 못 느끼겠다는 반응이다.
수험생들은 "시험 결과를 알지 못해 복학 등에 따른 심리적·경제적 비용이 상당하다"고 호소한다. 합격 여부가 애매한 학생들은 학교를 다니며 교수가 출석 확인을 하지 않는 수업을 몰아서 듣고 저녁에는 기존에 시험공부를 하던 신림 고시촌으로 향한다. 자취방을 뺐다가 1차 합격하면 고시촌에서 집 구하기가 어려울까봐 월세도 그대로 내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학사지원팀 관계자는 "학기 초마다 상당수 학생이 1차 시험에 합격하면 등록금 전액 반환이 가능하냐고 문의해온다"며 "원칙상 개강 후 한 달이 지나면 일부 반환만 가능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3년째 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이모(26)씨는 "사전점수공개제로 달라진 건 답안 작성에 실수가 없었는지 확인하는 게 전부"라며 "지금처럼 합격 발표가 늦어지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휴학을 고민하는 등 심적인 고통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점수분포라도 공개해 수험생들이 보다 정확하게 합격선을 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시학원업계 관계자도 "수험생들이 합격선을 예상하는 것도 고시생 17만명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점수를 취합하는 수준이라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정부에서 합격 발표를 앞당기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학생들의 불만은 이해하지만 점수 사전공개 때 점수가 확정되지만 이후에도 합격선 결정, 답안지 수작업 대조 등 정확도를 높이는 절차가 있어 앞당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