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엔저대책 일본 설비 수입 외에 다른 방법도 고민해야

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이 장중 한때 달러당 110엔을 돌파했다. 2008년 8월25일 이후 처음이다. 엔화는 원화에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엔화 약세로 가격이 싸진 일본의 기계류 등을 들여와 설비투자에 나서는 기업에 세제·금융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엔저를 투자확대 기회로 활용하자는 역발상이다. 설비교체 및 신규투자를 앞당겨 우리 기업들의 생산성·원가·품질경쟁력을 높여야 경쟁국들과 맞설 수 있다는 현실도 감안했다.

마땅한 엔저 대응수단이 없다며 수수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정부가 이제라도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다만 세계경기 회복세가 더디고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업들이 얼마나 설비투자를 할지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주력산업인 조선·철강·석유화학·정보기술(IT) 등 분야에서 중국의 과잉투자와 기술향상으로 우리 기업들의 채산성과 세계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더욱 그렇다. 수입 기계류 등에만 혜택을 줄 경우 국내 업체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일본 의존도만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부작용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이달 '엔저 종합대책' 발표에 앞서 세심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엔저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일본 설비 도입 외에 다양한 장단기 대책을 조합하는 게 무엇보다 긴요하다. 엔저가 선진국들의 양적완화로 촉발된데다 대일 무역적자가 만성적이고 원·엔 직거래시장이 없어 만병통치약 같은 처방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위안화·엔화 무역결제 비중을 높여 달러공급을 줄임으로써 원화절상 압력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 엔저에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원·엔 직거래시장 개설, 엔·달러 환율 변동과 연계한 원·달러 환율 미세조정 방안도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빼놓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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