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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2월 17일] 項莊舞劍 意在沛公
이병관 (베이징 특파원) yhlee@sed.co.kr
중국 위안화 가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공방이 외교마찰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환율이 무역경쟁에서 미국에 막대한 불이익을 안겨주고 있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앨런 스펙트 미 의원은 중국을 '국제 산적단'으로까지 표현하며 위안화 절상 압박을 가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미국이 실업률 등 국내경제 실패를 중국 위안화 문제로 돌리고 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오바마는 왜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가'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연일 쏟아내며 미국의 환율 공세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신화통신 등 중국 현지 언론은 미국의 위안화 절상 공세를 고사성어인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에 비유하고 있다.
중국 진나라 말기 장수인 항우가 당시 천하의 패권을 다투던 유방을 불러 연회를 베풀었다. 이 자리에서 항우의 사촌동생이자 수하 장수인 항장이 유방을 해할 목적으로 앞에서 칼춤을 추었다는 뜻으로 겉의 명분과 실제 속셈이 다를 때 사용되는 성어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이유로 위안화 절상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국내 경제ㆍ정치적 문제를 타개하는 데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위안화가 지난 2005년부터 3년간 21% 절상됐지만 이 기간 중국의 무역흑자는 오히려 급증했다며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 논리는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적정 환율이란 개념은 성장률, 복지 시스템 등 경제 기초부터 자본ㆍ외환시장의 개방 정도 등 온갖 복잡한 변수의 이론적 산물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누가 옳고 그르냐를 따지기 힘들다. 하지만 중국이 결과적으로 한 해에만 수천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만큼 위안화 절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골드만삭스가 중국이 조만간 위안화를 5% 절상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서방의 투자기관들이 애드벌룬을 띄우는 것이 관심을 받는 것도 이 같은 현실 논리가 먹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비단 위안화 문제에서만 미국과 부딪치고 있는 게 아니다. 최근 들어 이란 핵 문제,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라마 면담 등을 놓고 잇단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은 전지구적 핵 확산 방지, 인권 문제 등 보편적 가치부터 대만에 무기를 판매할 수 있는 국내법인 대만관계법을 들어 이들 이슈를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항장무검 의재패공'의 성어처럼 미국의 속셈은 다른 데 있다고 믿고 있다. 세계 원유자원의 보고인 중동에서의 패권, 군사대국 중국에 대한 견제 등이 실제 목적이라는 얘기다.
국제정치는 평화ㆍ인권 등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내는 자국의 이익이 결부되기 마련이다.
외교 행위의 본질은 명분과 실리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지만 주요2개국(G2)으로 불리는 중국과 미국은 서로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은 이라크 침공,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으로 도덕성을 잃어가는 반면 신흥 초강대국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기존 질서에 도전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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