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증시 안전판’ 역할 가능

삼성전자가 21일부터 자사주매입에 들어가면서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에 맞춰 그간 대규모로 사들였던 선물을 기다렸다는 듯 다시 처분하기 시작했다. 또 개인들은 큰손으로 추정되는 세력의 삼성전자 매도가 더해지며 13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며 지수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가 1조원 규모 자사주매입을 시작한 가운데 주식시장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강세를 보였다.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의 선물매도와 개인의 지속적인 현물 매도공세에도 불구하고 1,500여억원의 외국인 현물 매수세가 들어오며 전일보다 3.45포인트 오른 779.89포인트로 마감, 전고점을 넘어서며 연중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7월15일 이후 15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자사주매입으로 종합주가지수가 하방 경직성을 다지면서 800선 도전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자사주매입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상승탄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그동안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후발주에 단기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삼성전자 자사주매입 맞춰 선물 매도 나서=이날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의 자사주매입이 시작되자 그간 대규모로 사들였던 선물을 4,169계약 팔아치웠다. 이와 관련, 지승훈 대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간 대규모 선물매수로 지수를 끌어 올려 이익을 확보한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의 자사주매입에 맞춰 지수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선물매수 포지션을 청산해 이익을 극대화 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선물 및 현물시장에서 이익을 실현할 때마다 지수가 급락하는 점에 부담을 느낀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으로 하방경직성이 강해지는 시점을 선물매도 기회로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비록 외국인들이 선물을 대거 처분했지만 현물 시장에서는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선물이든 현물이든 한쪽에서는 매수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긍정적인 시각이 유지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사주 매입이 개인 증시복귀 물꼬 틀지 주목=개인은 이날 1,216억원을 순매도하며 지난 2일 이후 13일 연속 순매도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지난 99년 10월22일부터 11월9일까지 13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최장기간 순매도 기록이다. 특히 이날 개인의 순매도는 삼성전자의 자사주매입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오후 12시16분 동원증권 창구에서 큰손으로 추정되는 10만7,500주의 매도주문이 한꺼번에 체결되며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주문이 완전히 소진됐으며, 이 영향으로 거래소시장 개인 순매도 규모는 순식간에 480여억원이 불어났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자사주매입이 개인들을 다시 증시로 불러들이는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주목된다. 김세중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삼성전자의 자사주매입은 증시의 새로운 안전판으로 작용해 지수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주식매입을 주저하는 개인들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방경직성 강화하며 800선 돌파시도 나설 듯=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등락을 거듭하는 혼조세를 보인 가운데 결국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의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지수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자사주매입이 지수의 하방경직성을 강화하는 가운데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800선 돌파시도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이 달 들어 선물과 현물시장에서 모두 4조원 가량의 매수세를 기록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며 “시장이 철저하게 외국인 유동성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면 800선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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