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동시 순매도에 나서면서 주식시장이 약세로 기울었다. 거래소에서는 SK텔레콤, 코스닥에서는 인터넷주에 외국인들의 매물이 집중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최근 외국인들이 매수강도를 약화하고 있는 가운데 양 시장에서 동반 매도세를 보여 향후 움직임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3일 주식시장은 전일 미국 증시 상승에 힘입어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개장 직후 SK텔레콤과 인터넷주에 외국인의 매물이 집중되며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 외국인들은 거래소시장에서 SK텔레콤을 715억원 어치나 팔아치웠고 삼성전자도 265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의 거래소 전체 순매도 규모가 255억원임을 감안할 때 이들 두 종목에 대한 매도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외국인들은 다른 주식을 사들인 셈이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545억원의 순매도를 보였고 특히 NHN과 다음을 각각 360억원, 211억원 순매도했다.
이 같은 외국인들의 매도공세 속에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3.96포인트 떨어진 695.74포인트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0.26포인트 떨어진 48.76포인트로 마감하며 나흘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이날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특정 종목과 업종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 전반에 대한 비중축소로 확대해석 하기는 무리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날 외국인들이 전일 미국 증시 강세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에 나섰고 최근 타이완 증시에서도 외국인의 매수강도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소강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SK텔레콤 지배구조 및 물량부담 겹치며 외국인 매물 집중=SK텔레콤은 이날 외국인 매도공세에 1만7,000원(8.13%) 급락한 19만2,000원에 마감, 한 달여 만에 20만원선 아래로 밀렸다. 외국인들의 SK텔레콤 매도공세는 포스코와의 지분정리에 따른 지배구조 리스크와 수급 리스크가 부각됐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SK텔레콤은 전일 SK로부터 포스코 주식 2.7%(248만주)를 총 3,325억원에 매입했고 포스코는 8월중 SK텔레콤 지분 2%를 담보로 해외 교환사채(EB)를 발행키로 결의했다.
이와 관련, 외국계 증권사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JP모건증권은 SK텔레콤이 포스코와의 백기사(우호지분) 조약을 유지하기 위해 현금이 필요한 SK로부터 포스코 주식을 사들인 것은 SK텔레콤의 기업지배구조를 다시 한번 의심하게 만드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SK텔레콤의 약세는 지배구조 문제보다 수급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시장의 반응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주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의 포스코 지분매입은 포스코의 추가적인 지분 매도를 방지할 수 있는 효용성이 높고 교환사채 교환가격 역시 현주가 수준과 괴리율이 높아 수급상 부담요인도 미미한 만큼 주가 급락시 매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인터넷주 매도는 차익실현 성격=외국인들이 코스닥시장의 인터넷주에 대한 매물을 쏟아 부은 것은 인터넷 기업들의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부 인터넷 기업들의 2ㆍ4분기 실적발표가 기대치에 못 미치자 이를 계기로 그동안 단기 급등한 인터넷주들에 대한 이익실현에 나섰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주를 사들인 외국계 자금이 단기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도 외국인 매물이 집중된 이유로 지적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등 대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글로벌펀드와 달리 인터넷주에 투자하는 외구계 자금은 아시아계 헤지펀드나 소규모 펀드들로 단기투자에 주력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매의 바로미터인 삼성전자 동향에 주목해야=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동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날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265억원 순매도를 기록했고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06% 떨어진 40만3,500원에 마감했다. 이는 전일 미국 증시에서 리먼브러더스의 반도체장비업종 투자등급 상향에 힘입어 반도체주들이 강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현 주가 수준은 외국인 입장에서도 밸류에이션 대비 부담을 느낄 만한 수준”이라며 “국제자금 이동이나 가격 측면을 고려할 때 당분간 외국인 매수강도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