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문화계 결산] 국·공립극장 경영마인드 도입
2000 공연결산
올해 공연계는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등 국ㆍ공립 극장이 경영 마인드를 도입, 본격적인 비즈니스 바람이 분 한해였다.
이러한 외부환경 변화로 경영의 효율성이 높아져 내실이 기해졌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관객 반응을 덜 고려한 실험적인 기획은 사라지게 됐다는 우려도 높았다.
조성모와 함께 무대에 선 성악가 조수미의 크로스오버 콘서트가 관객동원 1위를 차지하는 등 대중의 눈과 귀는 온통 크로스오버 형식의 콘서트에 쏠렸다.
LG아트센터와 금호아트홀 등 대기업 소유의 공연장이 개관, 공연 무대가 넓어진 것도 다른 변화였다.
남북 문화계에 교류의 물꼬가 트인 것도 한 특징. 5월 평양 학생소년예술단이 서울공연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8월에는 KBS교향악단과 북한의 조선국립교향악단이 한 무대에 서 화합의 선율을 들려줬다.
클래식무대는 식상한 레파토리에서 벗어나려는 개인과 악단의 기획이 돋보였다. 지난 4월13~17일 전국 14개 교향악단이 참여한 '2000 교향악 축제'는 윤이상 작품공연 등 신선한 기획들이 등장, 개성을 찾아 노력하는 모습을 잘 대변했다는 평을 얻었다.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말러 연주회'와 김태진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연주 등도 신선한 자리였다. 창작 오페라의 해외 공연도 이어졌다.
한국오페라단이 '황진이'를 중국 베이징에서 공연한데 이어 성곡오페라단이 '이순신'을 로마무대에 올렸다.
바흐 서거 250주년을 기념해 바흐 음악회가 줄 이은 것도 한 특징. 8월21~25일까지 계속된 '바흐페스티벌2000'에 이어 피터 비스펠베이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연주, 한국바로크합주단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6곡 전곡연주 무대 등이 바흐팬들을 기쁘게 했다.
연극분야에서는 뮤지컬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1,000회 공연을 돌파하며 장기공연의 가능성을 열었고,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역시 전용극장을 설립, 1,000회가 넘게 공연하며 해외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밖에도 '렌트' '올 댓 재즈' '시카고' '스텀프' '브로드웨이 42번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명성황후' 등 일정 이상의 수준을 갖춘 뮤지컬이 줄이어 무대에 올랐다.
한ㆍ중ㆍ일 3국이 각 나라의 전통극으로 1막씩 공연한 '춘향전'(베세토연극제) 도 돋보이는 감상무대였다. 한국연극협회가 바탕골소극장을 임대, 연극인들에게 싸게 대관한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무용계의 경우 연말에 대 격돌한 '호두까기인형'이 눈에 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2년 연속 키로프발레단의 바이노넨 버전을 무대에 올린 데 비해 국립발레단은 안무가 그리가로비치를 초빙, 볼쇼이 발레단버전을 초연했다.
또 한국ㆍ현대무용 발레 등 각 분야 무용가들의 대표작을 한데 모은 갈라 콘서트, '우리시대의 무용가 2000'은 우리 무용계 고수들의 진면목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경제가 어려워진데다 극장들이 제각기 경영에 나서면서 가수들의 공연이나 악극 무대처럼 '돈되는' 무대를 대극장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것도 한 현상이었다.
'조용필콘서트', '포크빅4 콘서트' 등이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각 극장의 히트작에 선정됐다.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