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당근] 공기업 구조조정 '공염불' 우려

정부가 추진해온 공기업 구조조정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조폐공사 파업유도의혹사건 이후 거세지고 있는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 일각에서 당근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부문 개혁을 주도한 기획예산처는 지난해 짜여진 공기업 경영혁신계획에 따라 향후 일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목소리에는 벌써부터 힘이 빠졌다. 당초 예상보다 빨라진 경기회복속도에 `이만하면 되지 않았느냐'는 우리 사회의 이완된 분위기도 한 몫하고 있다. 민간부문에 비해 구조조정이 부진하다고 평가되고 있는 공기업 구조조정이 조폐공사 의혹사건을 계기로 다시 늦춰질 경우 성장엔진의 효율저하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도 작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현재 관련부처와 구조조정 일정과 내용을 놓고 협의중이다. ▲법정퇴직금 누진율적용 폐지=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법정퇴직금 누진율 적용폐지는 대상기관이 정부투자기관, 출자, 출연, 보조, 위탁기관 등 모두 705개사에달하지만 지침시달후 시행상황을 조사한 결과 한국공항공단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F) 등 단 2곳만이 시행에 들어갔을 뿐이다. 기획예산처는 각 기관마다 퇴직금 산정기준이 다르고 누진율 적용으로 일부 기관의 경우 30년 근속시 최대 151개월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받는 등 불합리한 측면이 많아 올해부터 누진율 적용없이 근속 1년당 1개월의 평균임금만 퇴직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제도 개선안은 그러나 근로조건에 대한 자율적인 의사결정권 박탈로 위헌소지가 있어 반드시 기관별로 노사합의를 거쳐 시행하도록 해 노사합의가 안된 대부분의 기관들이 상반기가 지나도록 시행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노사합의를 통해 퇴직금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인센티브상여금지급에 차등을 주고 예산배정에도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지만 현재 분위기로 미뤄 원만한 노사합의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체력단력비= 전반적인 임금삭감과 연관된 문제다. 기획예산처는 체력단련비(기본급의 250%) 폐지를 포함해서 올해 공기업 근로자 인건비를 총액대비 4.5% 삭감했다. 공기업 근로자의 체력단련비 폐지는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이미 체력단련비를 없앤 공무원과 형평을 기하자는 의도였다. 또 4.5% 초과분은 기본급에 산입해 임금에서 기본급 비율을 높여주기로 했다. 정부는 공기업 근로자 임금삭감은 민간부문의 절감노력에 비춰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공무원에게 사기진작방안으로 다시 체력단력비를 지급하는 상황이 닥칠 경우 공기업만 배제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력.조직감축= 기획예산처는 지난해부터 경영혁신대상 19개 공기업에 대한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서 불필요한 조직과 민간과의 경쟁체제 유지가 필요한 조직은과감히 축소 또는 분사, 지난해 1만6천532명을 감축한데 이어 올해 1만3천297명 등2000년까지 25%의 인력과 조직을 감축할 계획이다. 지난해의 경우 명퇴인력으로 충당했지만 올해부터는 `생살'를 도려내야 하기 때문에 정원감축에 난항이 예상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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