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한달째 파행, 제기능 못하는 '식물국회' 경제법안 처리 줄줄이 지연·제헌절 행사준비 차질여야 원내대표 협상…이번주 극적등원 가능성도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권대경기자 kwon@sed.co.kr 18대 국회가 임기 개시 한 달이 되도록 개원하지 못하고 '식물국회'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회가 이처럼 장기 공전하면서 정부가 다음달 시행을 예고한 고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을 비롯해 각종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가 줄줄이 지연되고 제헌절(7월17일)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외빈초청 등 국가 중요 행사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여야는 국회의 새 임기 시작 한 달을 하루 앞둔 29일에도 정국 주도권 다툼에만 골몰했다. 한나라당은 야권이 국회 등원을 계속 미룬다면 단독 개원을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통합민주당도 쇠고기 문제 해결 없이는 등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양당이 대화와 절충의 기본을 상실한 채 'F학점 여당, 자격 미달 야당'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특히 원내 1ㆍ2당인 한나라당(7월3일)과 민주당(7월6일)이 모두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부 당권경쟁에 몰두하고 있어 적어도 전대 이전까지는 국회 정상화의 물꼬가 마련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이 등원결정을 하더라도 국회의장단 선출에만 응하고 원구성 협상은 뒤로 미룰 가능성이 높아 국회가 완전히 정상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대 첫 임시국회 회기종료일인 다음달 4일까지 개원이 안 될 경우 국회 사상 최초로 첫 임시회 기간 의장단이 선출되지 못하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 국회는 현행 국회법(5조 및 15조)에 따라 임기 개시 후 7일 내에 첫 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뽑아야 하지만 쇠고기 대치정국으로 여야 간 개원논의 자체가 올스톱되면서 스스로 법을 어기는 '위법(違法)'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국회의장은 한나라당 경선에서 선출된 김형오 의원이 사실상 내정됐으나 야권의 등원 거부로 공식 선출절차를 밟지 못해 입법부의 리더십 공백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쓰고 남은 예산 중 4조9,000억원을 추가경정 예산으로 편성, 민생안정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지만 국회 공전으로 근거 법안 마련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의 민생종합안정대책을 위해 조세특례제한법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ㆍ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등 개정해야 할 법안들이 산적해 있지만 국회는 굳게 문을 닫은 상태다. 이로 인해 정부가 1리터당 1,800원을 기준으로 유가 상승분의 50%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화물연대에 약속한 것도 공염불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던 재정도 집행 여부가 불투명해지기는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한나라당이 여당이자 다수당인 만큼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요식적인 개원이나 등원에 집착하지 말고 무너진 여야 간 신뢰를 복원해야 18대 국회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1시간10분가량 만나 현안들을 논의했다. 앞으로 양당 간 '통 큰' 협상을 통해 개원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30일, 한나라당은 다음달 1일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입장을 조율한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이제 접점을 찾을 일만 남았다"고 말해 서로의 입장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갔음을 시사했다. 홍 원내대표는 기자들과의 사석에서 자주 "내가 원 원내대표를 만난다면 다음날 국회가 열려야 한다"고 공언했던 만큼 이번주 중 극적인 여야 간 화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