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TV] 은행 주택담보대출 축소 여파는

[앵커]

앞서 정훈규기자의 레포트 봤는데요. 다음달 5일부터 일부 시중은행에서 신규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대출한도가 상당폭 줄어들 전망입니다. 업계에선 신규분양 아파트에는 적용되지 않아 건설사 숨통 트여주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창신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다음달 5일부터 축소하기로 했는데요. 서울보증보험의 모기지신용보험(MCI)과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신용보증을 신규대출에 적용하지 않는 방식을 쓴다면서요. 어떤 의미입니까.

[기자]

네. 전세난이 심화되자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요.

은행은 기존에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집을 사려는 사람들도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70%까지 인정을 해주고 있는데요. 만약 3억원짜리 주택이라면 최대 2억1,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에서는 채무자가 빚을 못갚게 되는 경우를 대비해 서울보증보험 등과 일정 금액의 보험을 들고 이 돈을 대출해 주고 있습니다. 이 보험이 모기지신용보험(MCI·Mortgage Credit Insurance)입니다.

따라서 모기지신용보험이 중단된다면 그만큼 대출을 받는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앵커]

3억원짜리 주택의 예를 들어주셨는데요. 얼마나 줄어드는 것입니까.

[기자]

네. 현행 LTV제도에서 서울 3억원하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2억1,000만원입니다. 만약 이 아파트가 방이 2개 있다면, 은행에서는 방 2개에 대한 공제를 하고 대출을 해줍니다. 방 한개당 3,200만원의 공제가 이뤄지고 있는데, 방이 2개라면 6,400만원을 빼고 대출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즉, 총 대출가능 금액은 1억4,600만원입니다.

기존에는 은행들이 모기지신용보험을 들고 6,400만원을 포함해 대출해 줬지만 다음달 5일부터는 이 금액을 빼고 대출을 해주는 것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집을 담보로 대출받으려는 수요자들에게는 모기지신용보험이 지속돼야 유리한건데요. 왜 이 보험이 중단되는 것이죠.

[기자]

네. 은행업계에서는 가계부채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가계부채를 조절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6조1,000억원으로 전달(6조4,000억원)보다는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가 지난달까지도 증가 속도를 늦추지 않은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은행업계에서는 가계부채의 완급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주택담보대출에서 모기지신용보험이 중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규분양 아파트에서 집단대출을 할 경우와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등 기존 대출에서 대출한도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앵커]

네. 신규분양 아파트에서 모기지신용대출이 유지된다면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건설사들에게는 호재겠군요.

[기자]

네. 맞습니다. 올해 건설사들은 총 40만가구 넘게 분양물량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2003년 이후 최대 물량인데요.

물량이 많아지자 청약에 뛰어드는 수요자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보통 10% 정도의 계약금을 내고 입주 전에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냅니다.

이처럼 신규분양으로 내집마련을 하려는 수요자들은 은행에서 모기지신용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집값의 70%까지 최대 대출이 가능해집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신규분양에 혜택을 줘 ‘건설사의 숨통 트여주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과잉공급으로 미분양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은행들이 신규분양에서 대출을 많이 해주면 건설사들에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정부가 ‘분양몰이’를 하고 있다고 보여지는데요, 건설사야 좋겠지만 고분양가와 공급과잉 논란이 일고 있는데, 자칫 실수요자들이 ‘상투’를 잡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기자]

네, 그런 우려가 높습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돈을 풀어서 현재 부동산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걱정이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실물경제는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금리가 올라갈 것이 뻔한데, 건설사들은 지금 유동성 장세를 이용해 물량털이를 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것이죠. 실수요자들은 분양가와 주변시세 등을 꼼꼼히 따져 비싸게 집을 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정창신기자 잘 들었습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