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디즈니를 키워라] 2부. 세계와 경쟁하는 강소 문화기업 <5> 덱스터

시각특수효과 기술력에 스토리 더해 세계 스크린 겨눈다

김용화 대표가 '야구하는 고릴라' 미스터 고의 캐릭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스터 고가 지금의 덱스터와 김용화 대표를 만들었다 .
/사진제공=덱스터

'미스터 고'서 뛰어난 기술 과시… 해외영화사 제작·투자 잇따라

웃음·감동·상상 빚어내기위해 웹툰 부문 신설로 이야기 발굴

워너브러더스·파라마운트처럼 투자·제작·배급 가능 회사 목표


김용화(44) 덱스터 대표는 국내 영화업계에서 '스토리력'과 '기술력'을 겸비한 최고의 감독 중의 하나로 꼽힌다. 웃음과 감동이 함께 하는 스토리를 빚어낼 수 있는 능력에 더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영상을 현실화하는 기술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연출만으로 만족을 하지 못하던 그는 지난 2011년 자신의 회사를 차려 직접 제작에 나섰다.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덱스터 본사를 찾았다. 200여명의 근무하는 4층짜리 건물이 기자를 맞았다. 김용화 대표는 "이만한 인원과 장비를 수용할 수 있는 장소를 서울시내에서는 찾기 힘들었다"며 "많은 영화제작사들이 근처에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회사설립과 함께 시각특수효과(VFX) 기술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나온 첫 작품이 영화 '미스터 고(2013년)'다. 최고의 특수 효과에 방점을 두었던 미스터 고는 당초 예상보다 흥행하지 못했다. '미스터 고'는 순제작비만 225억원이 들어간 초대형 3D 블록버스터다. 하지만 전국 관객 132만명에 그치며 결과적으로 영화팬들과 투자자, 업계 관계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정작 '미스터 고'의 성적은 앞서 김용화가 제작사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하기 전에 감독으로서 연출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661만명ㆍ2006년)와 '국가대표'(848만명ㆍ2009년)에 비해서는 한참 못 미친다. 이유가 뭘까. 일반적으로 다소 부족한 스토리에서 이유를 찾는다. VFX 기술로 만든 '야구하는 고릴라'도 볼만했고 중국인 소녀, 한국인 에이전트 등의 연기력이 뛰어났지만 문제는 약한 스토리였다. 김용화 대표는 '미스터 고'가 "절반의 실패를 했다"고 말했다. 보통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하는 데 절반의 실패라니.

'미스터 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챙긴 VFX에 대한 장비 뿐만 아니라 전문 인력도 고스란히 남았다. 앞선 '국가대표'로 증명된 김용화 감독의 이야기력, 그리고 '미스터 고'가 제시한 기술력을 믿는 투자자들도 여전히 많다. 덱스터가 실패를 뚫고 순항할 수 있는 이유다.

덱스터는 4개의 회사로 이뤄져있다. 일반적으로 부르는 '덱스터스튜디오' 아래에 덱스터디지털, 덱스터워크숍, 덱스터필름, 덱스터랩이 있다. 각각 독자적인 영역을 담당하면서 영화의 모든 부분을 완전하게 제작할 수 있게 한다. 덱스터의 지난해 매출은 135억원에 영업이익은 13억원이었다.

덱스터가 가장 강조하는 점은 역시 '미스터 고'에서 더욱 진보한 VFX 기술력이다. '덱스터(Dexter)'라는 회사명도 'dexterous(솜씨 좋은)'이라는 단어에서 나왔다. 김 대표는 "아시아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며 "미국 유수의 제작사에도 필적하면서도 가격은 훨씬 낮출 수 있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최근에 주력하는 분야는 '사람'이다. 이른바 휴먼 크리처다. VFX 측면에서는 고릴라보다 사람이 훨씬 어렵다고 한다.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정교하게 하는 기술력을 개발 중이다.

물론 영상기술이라는 것은 중요한 수단일뿐 전부는 아니다. 김 대표는 "덱스터의 목표는 종합콘텐츠기업"이라며 "미국의 디즈니나 워너브러더스, 파라마운트 등처럼 투자ㆍ제작ㆍ배급이 모두 가능한 회사를 세우겠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결국은 스토리로 돌아온다. 덱스터가 최근에 강화하는 분야는 웹툰으로, 회사내 웹툰사업부 신설을 추진중이다. 웹툰을 통해 영화 시나리오를 사전 테스트하는 것과 함께 좋은 스토리를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김용화 대표는 감독으로서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와 손잡고 150억원 규모의 대작 영화인 '신과 함께'를 연출하기로 했다고 공개했다. '신과 함께'도 유명한 웹툰이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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