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포르쉐 합병… 유럽名家 "2위 예약"

폭스바겐, 印尼에 조립공장 설립등 공격적 투자 나서
파산위기 겪었던 피아트도 잇단 M&A로 화려한 부활
세계 시장 호령하던 GM·포드는 생존 몸부림 '대조'

미국 3대 자동차 메이커가 급속도로 퇴조하면서 글로벌 자동차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변화의 중심은 유럽계 메이커들. 독일의 포르쉐는 자사보다 15배나 큰 폭스바겐과 합병하면서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2위를 예약했으며 지난 2000년대 초반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이탈리아의 피아트는 인수합병(M&A) 작업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세계 자동차산업이 타격을 입었다”며 “이 와중에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적은 업체가 체력이 고갈된 업체를 사냥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위기가 차세대 자동차시장을 선점할 최적기라고 판단한 유럽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비용절감과 시너지 창출을 위해 합종연횡에 적극 나서면서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몸집 키우기 돌입한 유럽 메이커=독일의 포르쉐와 폭스바겐은 수년간 경영권 다툼을 벌였지만 6일 극적으로 합병에 합의하면서 이제 한 식구가 됐다. 통합회사는 폭스바겐ㆍ아우디ㆍ스코다ㆍ벤틀리ㆍ세아트ㆍ람보르기니ㆍ부가티 등 폭스바겐의 9개 브랜드와 포르쉐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폭스바겐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에 4,700만달러를 들여 다목적 자동차 조립공장을 건설하는 등 유망시장에 대한 투자를 더욱 서두르고 있다. 폭스바겐의 대변인인 크리스토프 아도맷은 “이번 결정은 장기적으로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첫번째 시도”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피아트는 피아트-크라이슬러-GM유럽 자회사를 포함하는 ‘빅 피아트’를 꿈꾸고 있다. 이미 크라이슬러 인수에 유리한 발판을 마련했으며 오펠 등 GM의 유럽 자회사들과도 인수협의를 진행 중이다. 피아트 최고경영자(CEO)인 세르지오 마르키온네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에서 벗어나면 자신이 크라이슬러의 CEO가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죽음의 올가미 벗어나기 바쁜 미국 메이커=반면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다. GM은 파산보호를 벗어나기 위해 채권단과 노조, 미국 정부에 채무탕감과 출자전환을 요청해놓고 합의을 도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파산보호를 신청한 크라이슬러는 수백개의 판매상을 축소하기 위해 3,200개 판매상의 재무상태와 판매량 등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포드는 소형차로의 궤도 수정에 나섰다. 미시간주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ㆍ트럭 생산공장을 기존 소형차 브랜드인 ‘포커스’를 업그레이드한 ‘뉴 포커스’ 생산라인으로 전면 교체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중국의 자동차업체들은 이를 기회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겔리(Geely)는 GM의 유럽 자회사인 사브를 인수하기 위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겔리는 포드의 볼보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업체들 간의 합종연횡도 빨라지고 있다. 오랜 경쟁관계를 유지해온 BMW와 다임러는 비용절감을 위한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MW는 1ㆍ4분기 자동차 판매가 21% 급감하며 2억400만달러(1억5,300만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체의 이 같은 움직임은 르노ㆍ닛산(세계 5위), 현대ㆍ기아차(6위), 혼다(7위), 푸조ㆍ시트로앵(8위), 스즈키(10위) 등에도 영향을 미쳐 이들도 M&A 및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