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부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판매혐의로 기소된 전 골드만삭스 임원 파브리스 투르(34)에 대해 유죄결정을 내렸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서브프라임 사태와 관련해 제기한 소송에서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 맨해튼연방법원 배심원단은 1일(현지시간) "투르가 모기지 관련상품을 불완전 판매해 투자자에게 10억달러 규모의 손해를 끼쳤다"며 유죄 평결을 내렸다. 담당 판사인 캐서린 포레스트는 앞으로 수주 내에 평결을 검토한 뒤 벌금을 물리거나 최악의 경우 투르를 월가에서 퇴출시키는 판결을 내릴 수 있다.
지난 2007년 투르는 서브프라임 관련 파생상품을 투자자에게 팔면서 "골드만삭스가 엄선한 서브프라임모기지로 구성돼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실제 상품은 골드만삭스가 아닌 헤지펀드 기업 폴슨이 선택한 부실 모기지로 구성돼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폴슨은 이 투자상품의 가치가 떨어질 것에 베팅해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투르는 이 같은 사실을 숨긴 채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팔았다.
이번 평결에 대해 SEC 측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메리 조 화이트 SEC 위원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이번 평결은) 중대한 승리"라며 "모기지 관련 소송에서 승소하는 노하우를 확실히 알게 됐다"고 전했다.
SEC는 이번 승소에 힘입어 모기지 관련 소송을 계속 제기할 방침이다. SEC의 법집행부장인 앤드루 코렌스니는 "모기지 사태 관련자들에게 계속 공격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SEC는 '헤지펀드의 전설'로 불리는 스티븐 코언을 상대로도 이번과 유사한 소송을 낸 상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모기지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제이컵 프랭클 전 SEC 자문변호사는 "미국 금융 관련 공소시효가 5년으로 정해진 탓에 추가 소송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