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등 주요 신흥국 긴축 속도 늦춘다

세계경기둔화, 식품ㆍ에너지 가격상승 압력 줄어

최근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과 사투를 벌이던 주요 신흥국들은 식품 값 상승 압력이 누그러지고 경제 성장세가 주춤하자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이달 들어 아시아를 비롯한 주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금리 동결과 긴축 중단을 선언하는 등 인플레이션 경계 고삐를 늦추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를 비롯한 주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되자 금리 인상 등 통화 정책 고삐를 죄는 데 느슨한 기색이 역력하다고 보도했다.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는 9일 “식품가격이 조정국면에 접어들며 인플레이션 압박이 감소하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종전 수준인 6.75%로 동결했다. 유럽의 대표 신흥국인 폴란드도 지난 8일 올해 들어 4번째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더 이상 긴축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밖에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페루와 칠레도 시장에 긴축 완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WSJ은 지난해 부터 9번이나 기준금리를 올린 인도도 한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선 이후 추가로 올릴 지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신흥국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재고하기 시작한 것은 인플레이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유가와 식품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유가는 올해 초 중동 민주화 시위 당시 대비 10%정도 떨어졌다. 또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5월 국제 식품가격지수가 4월 대비 소폭 감소했다. 여기에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장기간 달러가 약세를 띠면서 신흥국 통화 가치가 절상된 점도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에 일조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흥국들이 미국와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 악화로 수출 길에 제동이 걸리면서 경제 성장세가 주춤하자 인플레이션에 느슨하게 대처하고 있다” 지적했다. 다만 글로벌 대표 신흥국인 중국과 브라질은 계속 긴축을 밀어붙일 태세다. 중국은 최근 제조업지표와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며 경기 과열이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물가가 진정되지 않아 긴축이 불가피하다. 시장은 중국의 5월 CPI상승률이 목표치를 웃도는 5.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민은행이 조만간 올 들어 3번째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브라질도 헤알화 절상에도 불구하고 지난 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브라질은 금리인상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FT는 “인플레이션이 주춤하는 국가에서도 에너지 및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꾸준히 오르는 추세”라며 “구조적으로 아시아는 언제든지 인플레이션 문제가 불거질 위험이 있어 각국 중앙은행은 꾸준히 물가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적기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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