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술품 경매 낙찰률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평창동 사옥에서 열린 서울옥션의 가을 기획경매는 출품작 163점 가운데 판매된 작품이 100점에 그쳐 낙찰률이 61.4%에 머물렀다. 총거래성사액은 35억3,000만원. 이는 직전 경매인 114회 경매(6월29일)의 낙찰률 75%, 총낙찰액 50억806만원보다 13.6%포인트, 14억7,806만원 각각 하락한 수치다. 서울옥션의 올해 국내 메이저 경매는 지속적인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이어 16일 신사동 사옥에서 열린 K옥션의 가을경매는 총출품작 227점 중 164점이 팔려 낙찰률 72.5%를 기록했다. 직전 경매의 75.%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낙찰총액은 6월 경매의 56억9,480만원보다 크게 늘어난 71억3,000만여원이었다. 이번 가을경매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작품은 K옥션에 나온 천경자의 ‘초원’으로 12억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2007년 K옥션 경매에 나와 12억원에 팔렸었다.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수화 김환기의 작품도 크게 주목 받았다.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김환기의 ‘항아리’가 9억1,000만원에 팔려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이 작품은 2007년 9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73만5,400달러에 낙찰됐었다. 미공개작으로 시장에 처음 선보인 ‘새와 달’은 K옥션에서 9억원에 팔렸다. 이우환의 유화 ‘선으로부터(서울옥션)’는 5억3,5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미술시장의 바로미터’격인 이우환의 작품은 이번에 총 11점이 나와 6점이 낙찰됐다. 최근 몇 년간 뜨거웠던 젊은 컨템포러리(동시대미술) 작가들의 열기는 다소 잦아들어 줄줄이 유찰을 기록했다. 반면 고미술과 휘호에 대한 관심이 돋보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휘호 ‘민주회복조국통일(서울옥션)’은 1,2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2006년 3월 K옥션 경매에서 410만원에 팔렸던 것으로 3년여 만에 3배가 올랐다. 이번 경매에 대해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2007년 하반기 최고조에 이르렀던 미술시장의 ‘거품’이 사라지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희귀품이나 대표작을 위주로 경합이 치열했다”면서 “‘묻지마 투자’식의 무분별한 경쟁보다 독자적인 안목을 갖고 선별적으로 진지하게 미술품 컬렉팅에 접근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김순응 K옥션 대표는 “컨템포러리의 거품이 꺼지고 근대미술과 고전 걸작, 원로ㆍ작고 작가의 인기가 높아졌다”면서 “되살아나는 시장의 구미에 맞게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성공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미술시장 전문가인 서진수 강남대 교수는 “시장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관망세가 공존한 분위기“라며 “컬렉터 입장에서는 올 가을 주요 경매와 국제아트페어가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더욱 신중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