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배심원 의견 엇갈려… 참여재판 논란 재점화

법원, 배심원 무죄평결 뒤집고 안도현 시인에 일부 유죄 판결
"입법적 해결책 모색필요" 지적

법원이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국민참여재판을 받은 안도현(52) 시인에게 일부 유죄 판결을 내렸다. 참여재판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무죄'평결을 내놓았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안 시인의 죄는 인정하되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100만원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전주지법 형사2부(은택 부장판사)는 7일 오전 열린 안 시인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허위사실공표죄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증명이 부족하므로 죄가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당시 안 시인의 지위와 선거 상황, 공표 시점 등에 비춰볼 때 박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비방한 후보자 비방죄는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다만 배심원들의 의견을 양형 부분에는 최대한 반영해 피고인을 처벌하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양형기준상 최저형인 벌금 10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재판부와 배심원 간의 의사가 상충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법원이 내놓은 하나의 대답이다.

해당 재판부는 "현행 법체계 하에서 이 사건 판단의 궁극적 주체는 법관으로 구성된 이 법원이며 최종적 책임 역시 법원이 진다"는 판결문의 문구를 통해 배심원의 의견이라 하더라도 틀린 법리해석을 적용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이 다루는 범죄행위는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법리적 관점에서 유무죄를 판단하기 쉽지 않고 사안의 성격상 배심원의 정치적 입장이나 지역의 법감정에 따라 판단이 좌우될 수 있는 여지가 보인다"며 "법의 해석과 적용이 동일하고 평등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법적 안전성 원칙에 비춰 이 사건 유무죄에 대한 법적 평가 부분에 대한 배심원의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양형에서는 배심원의 의견을 모두 수용해 실제로 처벌은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택했다. 양쪽 의견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배심원의 만장일치 평결을 재판부가 '틀렸다'는 이유로 배척한 이번 판결이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라는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안 시인은 재판 직후 "국민참여재판에서 전원 일치 무죄 평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해 굉장히 안타깝고 이해할 수 없다"며 "배심원들과 나를 무시하고 조롱한 것"이라며 판결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반대로 판사가 판결을 할 경우 지역적ㆍ정치적 편향 논란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까를 묻는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명예훼손 같이 법리 해석이 까다로운 사안일수록 더욱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앞으로 참여재판에서 이번 같은 배심원-재판부 간의 충돌 양상이 또 나타날 수 있다"며 "배심원과 재판부 중 어느 쪽 의사를 우위로 둘 것인지에 대해 입법적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 시인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던 지난해 12월 10~11일 '박근혜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의 도난에 관여했다거나 도난 유묵을 소장했다'는 사실을 전제하거나 암시하는 내용을 트위터 등을 통해 유포한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 비방죄 위반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지난달 28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이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했으나 재판부는 '일부 유죄'로 판단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선고를 열흘 연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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