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빚보증 이제 그만(사설)

우리나라 재벌들의 고질적인 병폐는 과다한 차입경영과 백화점식 경영형태일 것이다.차입경영의 표본은 재벌 계열사들 서로 교차해서 채무보증을 서주고 은행빚을 마구잡이로 끌어쓰는 것이다. 백화점식 경영은 경쟁력있는 업종에 집중해서 전문화하기보다 문어발 확장을 통해 모든 업종에 닥치는대로 손을 뻗치는 것이다.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사업 다각화를 하기위해 빚을 얻어야 하고 빚을 얻기위해 계열사끼리 서로 빚보증을 서는 것이 지금까지의 재벌 경영전략이었다. 계열사끼리 빚보증을 서다보니 하나의 계열사가 부실화하면 부실이 다른계열사로 전염되어 부실 도미노현상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재벌의 왕성한 문어발 확장 회오리 속에서 중소기업은 발 붙이기 어려웠다. 이같은 경영형태의 후유증은 한보를 비롯한 진로·대농·기아로 이어지는 부실화 사태에서 충분히 보아왔다. 정부가 채무보증에 제동을 걸어 재벌들이 시련기를 맞게됐다.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기자본의 1백%가 넘는 빚보증은 내년 3월까지 완전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30대 그룹이 앞으로 7개월안에 해소해야 할 채무보증액은 6조7천억원에 이른다. 재벌들이 그동안 빚보증을 줄여오긴했다. 빚보증 규제가 도입된 93년 1백20조원이던 것이 95년 48조원, 올해는 33조원으로 많이 줄어들었다. 계열사간 채무보증은 재벌의 기업확장욕과 차입위주 경영전략에 은행의 대출관행이 어우러져 부풀어 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환경이 달라졌다. 정부의 규제도 규제지만 경쟁력을 기르고 세계의 기업과 싸우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빚보증 해소방안으로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키우는 길이 있다. 대출을 갚거나 신용대출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채무보증이 많은 계열사끼리 합병하는 길도 있다. 어느 방법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출자 총액 규제시한과 맞물려있어 부담이 커졌다. 재계가 완화를 요구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러나 미루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차입 경영이나 문어발 확장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고 스스로 생존력을 깎아 세계일류 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계열사간 채무보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내부거래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경영의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재벌이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형태를 탈바꿈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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