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돌] 韓·日경제 비교

'경제克日' 희망의 빛 보인다
조선·LCD 日추월…전자는 바짝 추격
반도체·철강업체 세계 일류기업 반열에
GDP·GNI등 경제규모선 아직 큰 격차


분단과 전쟁, 독재와 부패를 겪으면서 한국경제는 지난 60년간 놀랄 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식민지 고통의 대가로 받은 대일청구권 1억달러를 종자돈으로 출발한 포스코는 세계 일류 기업 반열에 올랐다. 한국산 반도체ㆍLCD 등 첨단제품은 초일류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경제면에서 극일(克日)을 했다고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경제 덩치는 커졌지만 한국경제는 여전히 일본경제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대일 무역적자도 지난 2004년 244억달러로 최고 기록을 경신, ‘극일을 했다’고 하기에는 이르다. 장기간 경제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이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거대한 산이다. ◇GDP, 한국 11위, 일본 2위=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보자. 한국은 6,801억달러로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4조6,734억달러로 한국을 크게 따돌리며 미국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 1인당 총소득(GNI)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은 2004년 말 1만4,162달러인 데 비해 일본은 3만4,192달러로 우리의 2.5배 수준이다. 국가 경쟁력 역시 일본은 9위, 한국은 29위로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경상수지의 경우 한국은 276억달러(11위)로 양호한 성적이지만 일본은 1,720억달러로 전세계 1위다. 무역의존도는 한국이 70.3%인 데 비해 일본은 21.8%에 불과하다. 한국은 여전히 수출이 경제성장을 지탱해주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본은 내수가 튼튼히 받쳐주는 경제인 셈이다. 복지도 일본이 앞서 있다. 대표적인 지표인 1인당 보건지출액을 보면 일본은 2,476달러다. 반면 한국은 577달러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제 주권 회복 희망=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전자와 조선산업 등 몇몇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했거나 바짝 뒤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선박 건조량은 한국이 전세계 1위를 기록, 조선 강대국 일본(2위)를 앞질렀다. 전자제품 분야도 일본과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전자제품 생산액은 한국이 4위, 일본이 2위다. 실제 LCD시장은 90년대 중반까지 일본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한국업체들은 ‘일본 제품 베끼기’에서부터 출발, 각고의 노력 끝에 일본을 따라잡고 지금은 격차를 4배까지 벌렸다. 하지만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일 무역적자가 말해주듯이 한국경제는 여전히 일본 예속 하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의 주요 수입국은 일본이다. 저성장ㆍ고령화ㆍ장기불황 등 3대 악재로 시달리고 있는 일본이지만 그들의 힘은 여전히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반도체ㆍ철강업체들은 과거의 일본 베끼기에서 탈피해 이미 ‘극일(克日)’을 실현했다. 일본 베끼기에서 자립한 이들 업체에서 경제주권 회복의 희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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