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본확충 여력 곧 한계" 긴급수혈 BIS비율 2.6%P 상승… 5년간 자금회수 못해 은행 자구노력 미흡땐 국민부담 가중 우려도
입력 2008.12.18 17:12:17수정
2008.12.18 17:12:17
정부가 내년 1월 중 민간 합동 자금으로 20조원 규모의 ‘은행권 자본확충펀드’를 출범하기로 한 데는 은행 스스로 자본을 늘리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심층조사 결과 자본확충 여력이 곧 마지노선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며 “자본확충펀드도 이 같은 검토하에서 이뤄지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 말 기준으로 기본 자기자본비율(Tier 1)이 9% 미만인 은행 가운데 지원을 요청한 은행을 대상으로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문제는 자금지원을 받은 은행들이 자구노력을 게을리 할 경우 국민부담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자금지원 후 철저한 감시ㆍ감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원대상 은행의 기준은 내년 1월 말 기준 Tier 1이 9% 미만인 은행들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올 12월 말 기준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연말 수치를 통해 해당 은행이 내년 1월까지 9%를 충족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조원 중 공공자금 12조원=20조원의 자금 중 한국은행이 10조원, 산업은행이 2조원 등 공공자금이 12조원 투여된다. 나머지 8조원은 기관투자가 및 개인을 대상으로 모집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일단 8조원의 민간 자금을 모집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서 신용보강이 이뤄지고 산업은행이 후순위 유동화증권을 떠안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투자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또 20조원이면 은행 지원 요청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요구한 기준(기본자기자본비율-Tier 1 9%, BIS 12%선)을 충족하려면 총 11조원이 소요된다. 이중 현재까지 3조원을 마련했다. 금융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수치상으로 봐도 8조원이면 충분하다”며 “처음부터 20조원을 조성하는 것은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BIS 비율 2.6%포인트 상승, 5년간 자금 회수 못해=세부 운용 방안을 보면 우선 한국은행으로부터 10조원의 대출을 받아 은행들의 우선주나 신종자본증권(상환우선주ㆍ하이브리드채권), 후순위채 등을 사들여 은행을 지원하게 된다. 이를 기초자산으로 보증기관의 보증을 붙여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에게 매각하고 후순위 유동화증권은 산업은행이 인수하는 방식이다.
펀드운용은 민간자산운용사가 맡게 되며 펀드가 발행한 유동화증권이 완전히 상환될 때까지 존속된다. 실제 자금조달은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이 적용된다. 투자총액의 일부를 초기 출자한 후 나머지 금액은 투자계획이 구체화될 때마다 수시로 약정비율에 따라 출자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자금지원을 받은 은행은 최소 5년 이후에 펀드에 판 우선주 등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 상환하면 된다. 즉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소 5년간 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금융위는 2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은행권에 투입하면 일반은행 전체 BIS 비율은 2.6%포인트 증가하기 때문에 당국이 권고한 Tier1 9%, BIS 12%선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펀드 통한 우회지원, 국민부담 가중 우려도=정부가 직접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펀드를 통해 우회 지원에 나선 이유는 사전 부실예방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 금융당국은 지원 은행에 대한 양해각서(MOU) 체결시 기존 주주의 경영권 침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은행 주식의 70%가량을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다는 현실적 측면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은행들은 자체 비용 절감, 중소기업과 서민 지원, 불필요한 자산확대 자제 등을 MOU를 통해 약속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혜택에 비해 은행의 자구책이나 경영합리화 등을 제대로 요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부실예방 차원에서 이뤄지다 보니 다소 느슨한 MOU가 어느 정도 이해된다”며 “하지만 결국 국민부담이라는 점에서 강도 높은 감독이 필요한 측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아울러 직접 공적자금 투입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금융위의 다른 관계자는 “만약 펀드를 통해서도 은행 부실을 막지 못한다면 직접 공적자금 투입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현재로서 그 시기는 확답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펀드를 통해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에도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