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미안해… 사랑해…" 눈물의 조문행렬

■ 안산 임시분향소 표정
학생 등 47명 영정·위패 안치
단원고 학생·시민들 작별 인사
교육부 장관·유명인 등도 찾아와

23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 임시분향소'를 찾은 한 학생이 조문을 마친 뒤 눈물을 닦으며 걸어가고 있다. /안산=권욱기자

"미안해, 사랑해. 이제 편안하게 있으렴."

세월호 사고 8일째인 23일. 안산시 단원구 안산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시분향소는 조문객들의 눈물과 흐느낌으로 가득 찼다.

이날 오전9시부터 시작된 조문에 참가한 시민들은 연신 "미안하다" "어떡하니"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조문객들은 너무나 많은 희생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영정사진과 위패를 한참 동안 바라보며 먹먹한 가슴을 달랬다. 차마 눈물을 참지 못한 조문객들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분향소 한편에 자리한 스크린에 뜨는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조문객들도 많았다. 특히 유가족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한참을 통곡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어떡하다가…"라는 말을 내뱉으며 오열하던 이 여성은 안내요원이 와서 진정시킨 뒤에야 힘겹게 발길을 돌렸다. 일부 조문객들은 헌화와 묵념을 마친 뒤에도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멍하니 영정사진을 바라보기도 했다. 함께 조문에 나선 한 부부는 통곡하는 아내를 남편이 달래주며 겨우 분향소를 떠나기도 했다.

분향소 입구에 마련된 칠판에는 "엄마는 너를 가슴에 넣고 하늘나라 갈 때까지 기억하마" "아름다운 너희를 아름답지 못한 어른들이 지키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보고 싶다. 만져보고 싶구나. 사랑해" 등 조문객들의 메모가 붙어 있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분향소에서 나온 조문객들의 눈시울은 하나같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70대 여성은 "마음이 너무 아파 차마 집에 있지 못할 것 같아서 나왔다"고 말했고 다른 여성도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다"며 울음을 삼켰다. 실종 상태인 이모 교사의 제자이자 단원고 졸업생인 주모씨는 "두 달 전에도 선생님을 뵀다"면서 "제게는 정말 선생님다운 선생님이셨는데… 2학년 때 선생님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간 게 생생히 기억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단원고 학생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1학년 조모군은 "지난달 제과제빵 동아리에 들어가 선배들을 만났는데 같이 빵을 하나 만든 게 마지막이 됐다"며 "편한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3학년 이모양은 "꿈을 꾸는 것 같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문을 마친 뒤에도 오열하던 1학년 하모양은 친구의 부축을 받아 이동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와 유명인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너무 값비싼 희생을 치러서 우리 희생된 아이들과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갖게 된 가족들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내 신애라씨와 함께 조문에 나선 배우 차인표씨는 "(희생자들이) 천국에서 나중에 부모님들과 형제들과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임시분향소에는 학생 44명과 교사 3명 등 이날까지 발인이 완료된 희생자 47명의 영정과 위패가 안치됐다. 고 남모 교사는 유족들이 안치를 원하지 않아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합동대책본부는 유족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후 발인을 마치는 추가 희생자의 영정과 위패를 안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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