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현대산업 회장 수백억대 비자금 포착

99년 신세기통신 주식매매 통해…이번주 소환


검찰은 3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현산) 회장측이 지난 99년 신세기통신 주식 매매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단서를 포착하고 본격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날“지난 주 브릿지증권(옛 리젠트증권) 압수수색에서 브릿지증권이 현대산업개발측의 신세기통신 주식 매매를 주선했다는 거래 자료를 확보했다”며“이 거래가 비자금 조성과 연관이 있는지를 조사중이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신세기 주식매매 과정에 진승현씨가 현산측을 대신해 신세기 주식을 장외에서 매집하고 고가에 처분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재벌 2세 몇몇이 지난 99년 진승현씨와 공모, 당시 장외주식이던 신세기 주식을 대량 매집한 다음 SK텔레콤이 신세기주식 수천만주를 인수하면서 주가가 급등하자 이들 주식을 처분해 수백억원의 이득을 챙겼다는 얘기가 있어왔지만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현산측의 신세기 주식매매와 관련해 거래를 맡았던 당시 브릿지증권 관계자를 소환 조사했으며 이르면 이번주내에 정회장을 불러 매매경위와 비자금 조성의혹에 대해 캐물을 계획이다. 정회장은 이에 앞서 현산이 소유한 고려산업개발(현 두산산업개발)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주인수권을 진승현씨를 통해 브릿지증권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48억원의 비자금을 챙긴 혐의도 받고있다. 검찰은 브릿지증권에서 확보된 자료 분석을 통해 1999년 말 정몽규 회장을 포함, 재벌2세 7∼8명이 진승현씨를 통해 장외시장에서 신세기통신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수십억∼수백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확인 중이다. 이들 재벌2세들은 진씨가 신세기통신 주가를 띄우자 1만5,000원∼3만원 가량에 샀던 주식을 10만원 안팎에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재벌 2세들의 지분 매입과 처분을 전후한 99년 12월 SK텔레콤은 포철과 코오롱이 갖고있던 신세기통신 지분 3,764만주를 주당 2만원대에 매입했고 이후 신세기 주가는 최고 14만원대까지 치솟았다. 검찰 수사결과 정몽규 회장이 회사 비자금으로 신세기 주식을 매집했다면 형법상 횡령 및 배임죄가 적용될 수 있다. 검찰은 정회장을 소환해 진씨가 1999년 4월께 현대산업개발 소유의 고려산업개발 주식 550만주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싼 값에 받아 리젠트증권에 비싸게 되팔아 차액 48억원을 남긴 뒤 이를 개인적으로 취득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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