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5일 한중일 동북아 3개국 순방을 마무리함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다소 누그러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15일 외교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이번 순방에서 북한 문제 해결에 열의를 보였다. 케리 장관은 12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이는 북한에 달렸다"고 밝히며 북에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13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난 자리에서는 "미국과 중국은 평화적 방식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며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냈다. 1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면담 후에는 "북한은 이미 한 약속들을 존중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강조하며 북한의 태도변화를 주문했다.
케리 장관의 일련의 발언들은 '비핵화'가 전제조건이기는 하지만 대화를 제의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북한의 도발 움직임과 별개로 미국은 올 들어 전략폭격기인 'B-52'와 핵잠수함인 '샤이엔'의 활동모습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한반도 위기를 오히려 고조시켜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북한을 지나치게 압박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의 발사실험을 연기하는 등 압박수위를 조절하기도 했다. 특히 케리 장관의 직접적 대화 제의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한층 유화적으로 변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됐다.
북한 또한 미국의 이 같은 대화 제의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14일 대남 정책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교활한 술책"이라고 비난했지만 미국의 대화 제의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표하지 않았다. 또 10일께로 관측되던 무수단 미사일 발사 움직임도 케리 장관의 방한 이후 잠잠해졌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번 순방의 최대 수확은 중국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은 견지해왔지만 대북 문제와 관련해서는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양 국무위원은 13일 케리 장관을 접견한 후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 진전에 전념해왔으며 미국을 포함한 당사국들과 함께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한반도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면 모든 당사국의 이해를 고려해야 하고 모든 당사국이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북한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탤 것임을 시사했다.
한반도 주변 4강(强)이 참여하는 6자회담의 재개 가능성이 높아진 것 또한 수확으로 꼽힌다. 한미 양국은 13일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이 이런(핵 포기) 선택을 한다면 우리는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에 따른 공약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9ㆍ19 공동선언은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6자회담의 결과로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내려놓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편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또한 15일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일본도 대화의 문을 닫을 일은 없다"고 말하는 등 6자회담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