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폭로전에 애꿎은 기업들만 골병

국감서 CEO들 불러 무책임한 폭로전
통계 이해 못하고 "정유사 폭리" 등 주장
사실 확인도 안하고 만만한 기업 때리기도


국감 폭로전에 애꿎은 기업들만 골병 국감서 CEO들 불러 무책임한 폭로전통계 이해 못하고 "정유사 폭리" 등 주장사실 확인도 안하고 만만한 기업 때리기도 이규진 기자 sky@sed.co.kr 김민형 기자 kmh@sed.co.kr 최광 기자 chk0112@sed.co.kr “국감에서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바람에 항의전화를 받느라 한동안 몸살을 앓았습니다. 고객들에게 아무리 사실을 설명해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디.” (정유사의 한 관계자) 올해 국정감사가 오는 11월1일 막을 내리는 가운데 무책임한 폭로전이 여지없이 등장해 애꿎은 기업들만 골병이 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책국감’은 자취를 감춘 채 만만한 기업을 겨냥해 사실과 다른 주장만 늘어놓는 바람에 오히려 반기업정서를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기업이나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국회의원들의 주장 가운데 상당수가 통계수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사실과도 전혀 다른가 하면 일방적으로 노조 편들기에 나서는 사례도 적지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심지어 해당 산업이나 경영활동에 대한 기본지식도 없이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폭로도 ‘단골메뉴’로 등장해 빈축을 사고 있다. 실제로 지난 13일부터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증인 80여명 중 53명, 환경노동위는 22명 중 12명을 기업인으로 채택,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무더기로 증인대에 섰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이나 발전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엉뚱한 통계를 근거로 기업을 윽박지르는 구태를 보여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심재엽 한나라당 의원은 9월 말 “올 들어 통신요금의 상반기 연체액이 8,975억원으로 지난해 연체금액인 9,312억원에 육박하고 있다”며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통신요금 문제로 연체금액이 크게 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신요금 연체액은 누적 개념이 아닌 특정 시점 기준의 총액 개념으로 계산한 것이어서 실제로는 올 들어 줄어들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같은 당의 김희정 의원과 무소속의 박성범 의원도 “지난해 이통3사의 원가보상률이 모두 100%를 넘어 초과이익을 달성했기 때문에 요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는 3세대 투자비를 제외한 2세대까지의 투자비용만 원가보상률에 포함해 통계에 오류가 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기본적인 사실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기업에 불리한 내용을 폭로하는 사례 역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은“2005년 7월 대한전선이 무주관광레저형 기업도시의 시범사업자로 선정될 당시 2개의 신설도로가 국립공원을 횡단해 환경평가상 애당초 시범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라북도에 확인한 결과 도로건설 계획은 80년대부터 추진해왔고 2개 도로 중 하나는 이미 96년에 지방도로로 지정, 현재 일부가 개통돼 있다. 나머지 1개 도로 역시 “기업도시사업이 본격화되면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개설이 가능하다”는 게 도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반 소비자들의 귀에 솔깃할 만한 얘기를 근거도 없이 내뱉는 ‘한건주의’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13일 정보통신부 국감에서 김태환 한나라당 의원은 “KTF와 LG텔레콤이 휴대전화 음성전송 방식을 13K에서 8K로 변경, 통화품질이 떨어졌다”며 “요금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13K 방식은 기지국 하나에 60명이, 8K 방식은 100명이 이용할 수 있어 비용이 줄어들어도 품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8K 방식이 음성통화면에서 13K 방식보다 우수하다는 게 이통업계의 상식이다. 정유업계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정유4사의 공장도가격을 비교하면서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기본적인 신뢰성조차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정무위 국감에서 정유4사 CEO를 불러놓고 “S-Oil을 제외한 나머지 정유3사가 담합해 폭리를 취했다”며 10월11일의 휘발유 세후 공장도가격을 제시했다. 그러나 S-Oil은 실제 할인된 ‘사후 공급가격’인 반면 나머지 3사는 할인 전인 ‘사전 공표가격’이어서 비교기준과 시점이 다르고 조사시점도 하루에 불과해 객관성이 크게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정감사가 정작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기업에 초점을 맞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단순한 기업 때리기에 치중하기보다 정확한 근거와 사실을 바탕으로 경영활동에 도움이 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입력시간 : 2006/10/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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