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리테일이 지난 2010년 매출 3조원을 돌파한 지 2년 만에 4조원의 벽을 넘어섰다.
지난 2년 동안 내수 경기가 부진했음에도 이례적으로 호실적을 낸 것이다.
이에 따라 그간 유통업계의'잠룡'으로 인식돼 왔던 이랜드가 올해 롯데, 현대, 신세계 등'빅3'유통공룡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전년 대비 5% 성장한 4조 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불황으로 백화점 '빅3'가 지난해 저조한 실적을 내면서 고전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랜드의 이 같은 성장세는 예외적인 케이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백화점과 아웃렛 매장을 합친 동일한 기준으로 볼 때 롯데백화점은 전년대비 2.5% 신장한 13조원, 현대백화점은 1.9% 신장한 6조7,000억원, 신세계백화점은 2.5% 늘어난 6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랜드의 호실적 비결은 패션과 유통 사업의 시너지를 기본으로 자사 패션 브랜드를 적극 활용해 불황기에 적합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덕분이다. 이랜드의 한 관계자는 "자사 패션 브랜드를 별도 마케팅 비용 없이 자사 매장에서 팔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중가전략을 펼쳤는데 지난해 소비심리가 좋지 않은 시기와 맞물려 소비자들에 어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랜드는 유통 점포 수로는 지난해에 이미 백화점업계'넘버1'이 됐다.
NC백화점, 동아백화점, NC아울렛, 2001아울렛, 뉴코아아울렛 등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매장(아웃렛 포함) 수는 총 43개로 롯데쇼핑(41개)보다 2개 더 많다. 현대(13개)나 신세계(12개)와는 30개 이상 차이가 난다.
경기불황으로 올해 롯데, 현대, 신세계는 신규 출점 계획이 없는데 비해 이랜드리테일은 올해도 아웃렛을 포함해 3개 점포를 열 예정이다. 이에 따라 빅3 업체와의 점포 수 격차는 올해 더 벌어질 전망이다.
이랜드는 올해 송도에 연면적 5만4,726㎡ 규모로 신세계사이먼 여주프리미엄아울렛보다 1.6배나 큰 쇼핑시설을 개점할 계획이다. 또 광주광역시에서는 5월과 6월에 의류쇼핑몰과 NC백화점을 잇따라 개점한다. ㈜송원과 위탁경영 계약이 만료된 현대백화점 광주점의 간판을 5월 NC백화점으로 바꿔달고 옛 광주 밀리오레를 리모델링해 이랜드 쇼핑몰로 6월에 재개점할 예정이다.
이랜드는 올해도 전년보다 9% 성장한 4조 5,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올 목표 역시 평균 5%대 신장률이 목표인 빅3 백화점과 비교할 때 공격적인 행보라는 평가다.
이랜드의 이 같은 확장세는 M&A에 거침이 없는 그룹 특성과 관계 깊다. IMF외환위기 이후 롯데 등 백화점 빅3가 부도난 지방 및 중소 백화점들을 인수한 후 잠잠하던 시장에 이랜드가 뉴코아, 그랜드백화점 강서점, 동아백화점 등을 사들이면서 M&A 붐을 재현한 셈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랜드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라면서 "이랜드를 더 이상 중소 유통업체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점포 수로는 업계 1위인 만큼 유통 대기업 대열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