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보균자 300만명시대의 과제] 8-끝. [인터뷰] 리차드 쿠안 전 싱가포르의대 교수
입력 2003.10.07 00:00:00수정
2003.10.07 00:00:00
“일단 간암으로 진단을 받으면 절망적입니다. 환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3~6개월 내에 사망합니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간암 환자의 70%가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점에서 조기치료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싱가포르 엘리자베스 메디컬센터 쿠안 박사는 “한국의 경우 300만명의 바이러스 보유자가 있고, 직접적인 치료의 대상이 되는 B형 간염 환자도 최소 5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 보유자 그룹과 환자 그룹을 별도로 보지 말고 동일 선상에서 치료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쿠안 박사는 “환자와 바이러스 보유자는 철저하게 같은 입장에서 봐야 한다” 지적하고 “바이러스 보유자의 경우 잠시 다른 위치(Stage)에 있을 뿐 위험성은 간암 환자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쿠안 박사에 따르면 간질환자는 크게 3가지 단계로 나타난다. 먼저 출생부터 20세 전까지이다. 이 시기 바이러스 보유자는 대부분 어머니로부터 받고 태어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예방하기가 힘들다. 간 건강에 심각한 이상은 없지만 의학적으로는 일단 문제가 있는 단계이다.
두 번째는 20~40살로 본격적으로 문제가 나타나는 시기이다. 인체는 몸 속에 무엇인가 이상증상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1개월정도 바이러스와 한판 승부를 겨룬다. 이 과정에서 양측간 `전쟁`이 길어질수록 간 손상의 정도는 심각하다. 이 시기에는 간 기능관리와 치료에 대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간암으로 악화하는 시기로 바이러스 치료제로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쿠안 박사는 B형 간염은 질병의 특성상 예방ㆍ치료을 위한 적절한 프로그램 마련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백신을 맞지 않고 태어난 환자그룹에 대한 `스크린 프로그램`과 치료대책 마련은 정부가 취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 이후에 들어가는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쿠안 박사는 “아시아태평양간학회 치료지침(APASL Guideline)에 따르면 바이러스 복제의 근거가 있고 ALT 수치가 정상치의 2배 이상인 모든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경구용 치료제의 복용 대상”이라면서 “질환의 진행정도나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확인하기 위해 3개월마다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이는 건강한 보유자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쿠안 박사는 한국의 경우 전문가들이 제시한 치료지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박상영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