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엔화 상승세가 어어지며 달러당 100엔대 돌파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환율개입에 나서면서 엔화 수준를 어느 선에 둘 것인지를 놓고 금융시장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엔-달러 환율은 지난 7일 런던시장에서 일시 110엔대 이하로 떨어졌다 곧바로 110엔대를 회복했으나 11일 다시 108.60엔까지 하락, 96년 9월 이후 2년4개월만에 처음으로 109엔선 밑으로 떨어졌다. 12일 동경 외환시장에서는 일본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다시 달러당 111엔대를 회복됐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8월 140엔대까지 치솟았다 불과 6개월만에 엔화가치가 25% 이상 평가절상된 것이다.
일본 타나미 고지 대장성 사무차관은 11일 외신 기자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달러 및 유로화에 대한 엔화의 초강세와 관련,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환율이 급격하게 변할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일본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었다.
그는 그러나 적정환율 수준과 관련, 『구체적인 환율수준을 코멘트 할 수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근 엔화가 이같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유로화 출범에 따라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이 축소될 것을 우려한 일본이 엔화 강세를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있는데다 브라질 금융위기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달러화의 약세를 부추기는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1유로당 1.15달러선으로 강세를 보임에 따라 유로-엔 환율도 125엔대로 하락하며 엔화가 달러 및 유로화에 대해 모두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관계자들은 미 일 양국의 경제적인 기초여건(펀드맨털)을 감안할 때 이같은 엔화강세 기조는 다소 이례적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는 지난 90년 이후 안정적인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일본은 경기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엔화강세 원인은 주로 일본보다 미국쪽 요인이 큰 것으로 국제금융시장 관계자는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환율에 대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두 나라의 경상수지. 미국은 올해 사상 최대인 3,000억달러(GDP의 3.5%)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일본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4%에 달할 것으로 IMF는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무역흑자국인 일본 엔화가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최근 브라질 금융위기와 미국 주식시장의 버블 가능성,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재판 등도 달러화의 약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초 사카키바라 일본 대장성 재무관의 미국증시 버블 가능성 발언 이후 엔화가 110엔대 밑으로 강세를 보인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이와함께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과 일본의 대량 국채발행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으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줄어든 것도 일본 엔화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일의 10년만기 채권의 수익률 차이는 지난해 11월 4.6% 포인트에서 최근 3.3% 포인트로 좁혀졌다.
또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 은행들과 헤지 펀드가 상대적으로 값싼 엔화를 빌려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 달러화 자산에 투자했으나 지난해 헤지 펀드들이 큰 폭의 손실을 입자 투자자들이 다시 달러화를 내놓고 엔화를 사고 있다고 보고있다.
연초 유로화 출범으로 무역거래 및 외환보유고에 대한 달러화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엔화시세의 급격한 상승은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 악화로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돼 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를 더이상 묵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11일 엔화가 달러당 108엔대로 떨어지자 일본 정부 당국이 곧바로 환율개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고 실제로 12일 일본은행이 10억-20억달러를 매입, 시장개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엔화 강세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엔-달러 환율은 세계 두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의 수출경쟁력, 나아가 일본의 경기회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만 당분간 두 나라의 기초여건보다 각종 외생적인 요인에 의해 심한 등락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