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 거래에 대한 대규모 조사가 현실화하자 재계는 “경제에 대한 충격을 감안해 조기에 끝내달라”고 주문했다.
재계는 또 노무현 대통령의 `사정 속도조절론`을 언급하며 이번 조사가 재계를 실질적으로 옥죄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객관적 기준 명시 계기로= 재계는 겉으론 그 동안 부당 내부거래를 차단키 위해 노력해온 만큼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A그룹 관계자는 “SK 조사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발표된 공정위의 조사는 `법과 원칙`을 내세우는 현 정부 재벌 개혁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시적인 고강도 사정 한파는 없더라도 재계의 기업경영 의욕을 꺾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계 일부에선 공정위의 부당 내부 거래 조사 자체에 대한 비판도 내놓았다. 경제단체의 고위 관계자는 “부당내부거래 조사방침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며 “공정위의 이번 조사가 단순히 재계를 길들이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기업간 내부거래에 관한 객관적 잣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B그룹 고위 관계자는 “회사가 분사되기 전 사업부서에 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뿐 아니라 특히 정부가 핵심역량을 키운다며 분사하라고 했던 게 엊그제”라며 “이제 와서 명확한 기준도 없이 모회사와의 거래를 부당 내부거래로 문제 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차라리 정부가 거래 행위 때 이뤄지는 금리 등을 명확한 기준에 의해 고시하면 기업들이 이를 준용, 합리적인 거래행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ㆍ재계간의 협력 무드 저해 안되길= 이 같은 비판 속에서도 최근 무르익고 있는 정ㆍ재계간의 협력과 화해무드를 해쳐서는 안된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고위 관계자는 “경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최대한 신속히 진행, 기업경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C그룹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는 어차피 재벌개혁이나 전체적인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기업 이미지나 명예와 관련된 것인 만큼 면밀한 정책이 펼쳐지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재계는 국내 경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은 점을 감안, 지나친 사정 행위로 국가 경제 전체에 충격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부당 내부거래 조사에 포함된 그룹들은 공식적인 코멘트를 가급적 삼가한 채 조사 자체는 수용하되, 일련의 사정 분위기가 조기에 해소돼 기업행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