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8월 8일] 유씨 석방이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

북한이 미국 여기자 2명을 석방한 후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씨와 오징어 채낚이선 연안호 석방이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 중 이들의 석방 문제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유씨 석방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유씨는 130일 넘게 억류돼왔으며 연안호는 지난 7월30일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번에도 ‘통 큰’ 결정으로 이들을 석방해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기 바란다. 북한이 미국 여기자들을 석방한 후 국민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말로는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 미국과 남한을 차별하는 데 대한 실망감이 분노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여기자들은 북한주재 스웨덴 대사의 접견을 여러 차례 허용했으면서도 유씨 등은 면회는커녕 소식조차 제대로 전해주지 않는 비인도적 행위로 일관해왔다. 무고한 인질을 석방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 변화의 조짐을 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4일 금강산에서 열린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 6주기 추모식에 이종혁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한 것이나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의 10~12일 개성 방문이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방보도를 대폭 줄이고 개성공단 출입규제를 일부 완화한 것도 유씨 등의 석방은 물론 남북관계 회복에 대한 의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북한이 미국 여기자들을 석방한 것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제재로 날로 심화되는 고립을 탈출하고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남한 국민을 장기간 억류하는 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들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 북미대화도 남북관계 개선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정부도 남북관계 해빙이 중요하지만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장이라는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유씨 등의 석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남북대화는 의미가 없고 국민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은 먼저 유씨와 연안호를 석방하는 통 큰 결정으로 남북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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