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시간 끌어온 외환은행의 하나금융지주 인수작업이 9부 능선을 넘었다. 하지만 소송 등 남은 길 역시 험난하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18일 임시 금융위원회를 주재하는 동안(위쪽) 외환은행 노조원들은 여의도 금융감독원 빌딩 앞에서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릴 것을 요구하면서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김동호기자 |
|
론스타가 대법원의 유죄판결에 대한 재상고를 포기한 후 하나금융지주과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가격을 놓고 물밑접촉을 벌였지만 제대로 된 협상은 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어떤 행정명령을 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대방에 패를 쉽사리 내놓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도 "매각명령 이후 론스타와 접촉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이는 역으로 당국이 이제 론스타에 단순 지분매각 명령을 내림에 따라 양측의 협상은 본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하나금융 측은 정치권 등의 압박을 피해가려면 프리미엄을 최대한 낮춰야 하고 '먹튀'를 방조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9,000억~1조원가량 하향 조정할 듯=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외환은행 매입가격은 싸면 쌀수록 좋다. 내부적으로 자금부담을 덜 수 있고 당국이 자회사 편입 승인을 내주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나금융 안팎에서는 9,000억~1조원 정도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당 1만3,390원으로 체결돼 있는 계약을 주당 1만600원 수준으로 내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경우 9,200억원 정도 매입가격을 줄일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심해지면서 외환은행 주가도 7,900원으로 내려갔다. 하나금융의 한 관계자는 "외부 시각도 있어 최대한 (인하)협상을 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전했다.
◇론스타의 수 싸움도 만만찮을 듯=하나금융이 가격 재협상을 통해 수정된 계약안을 가져 오면 당국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 안건을 처리한다. 하지만 재협상 과정이 수월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바로 매각명령 충족기간이다. 하나금융 측은 내심 처분기간이 3개월 이내로 결정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당국은 론스타에 6개월이라는 최장시간을 줬다. 하나금융 측으로는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최대한 가격을 높게 받으려는 론스타가 시간을 끌 수 있어서다. 하나금융은 공식적으로 기간이 얼마이든 상관없다는 입장이지만 하나 측이 계속 가격을 깎으려 할 경우 론스타가 다른 매수자를 찾아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재정위기로 외환은행을 살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지만 론스타가 달러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중국계 은행에 외환은행을 팔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나금융의 한 고위관계자는 "위안화가 강세를 띠고 있는 마당에 론스타는 여차하면 중국 자본과 접촉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6개월이라는 시간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외환은행이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주채권은행으로 기업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자본으로의 정보유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외환노조도 넘어야 할 산=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외환은행 노조를 어떻게 다루느냐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하나금융은 신한의 조흥 인수 사례를 참조해 인수 후에도 '투뱅크' 전략을 유지하고 인원정리도 없을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하지만 외환 노조는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외환은행 측이 행정처분에 대한 부당함을 내세워 소송에 나설 수 있고 이를 고리로 전면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인수작업이 최종 마무리되기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