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꿈 좇다 '쪽박' 신세
자살·가정파탄등 사행성 게임 피해사례 줄이어
홍병문 기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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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삼아 드나들었다가 퇴직금까지 다 날리고…. 정말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대전에 사는 김모(54)씨는 3년 전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받은 퇴직금으로 식당을 차렸으나 재미를 보지 못하자 지난해부터 성인오락실에 출입하기 시작, 최근 가산을 모두 탕진한 채 술로 세월을 보내며 후회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광범위하게 진행중인 ‘바다이야기’등 사행성 성인 게임으로 이처럼 피해를 본 뒤 가정파탄에 이르거나 비관자살을 하는 등의 사례가 속출, 충격을 주고 있다.
성인 게임장이 전국 주택가로 급속하게 침투하면서 상당수 평범한 서민들이 한번쯤 게임장을 들러 본 경험이 있는 데다, 이들 게임에 ‘메모리 연타’와 ‘예고’ 기능이 추가돼 게임에 한번 빠지면 ‘대박’의 유혹 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충남 지역에서 5년 전만 해도 번듯한 직장에 다녔던 40대 중반의 최 모씨는 친구와 함께 재미 삼아 성인오락실에 들렀던 것이 현재의 불행을 가져올 줄은 전혀 몰랐다. 오락실에 출입하는 빈도는 조금씩 잦아졌고 최근에는 어렵게 마련한 아파트마저 1년 만에 탕진한 채 이젠 오락실 한쪽에서 새우잠을 자는 비참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 달 13일에는 부산에서 1억원 상당의 도박 빚으로 고통 받아 온 한 30대 남성이 산에서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버지가 도박에 빠져 가정이 파탄 날 지경에 이르렀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인터넷에 올린 네티즌도 있었다. 이 네티즌은 “성인 오락실이 주택가에 난립하기 전 단란했던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어느 날부터 매일같이 집에서 큰 돈을 가져가 모두 탕진한 뒤로 불행해지기 시작했다”며 “집은 카드 빚도 쌓이고 적금 통장에 있던 돈 마저 모두 날려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사태가 이렇다 보니 대검찰청과 경찰청 홈페이지 등에는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위해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며 수사를 촉구하는 글들도 잇따르고 있다.
‘프리서울’이란 아이디의 한 시민은 “주위에 성인오락실 때문에 울어야 하는 사연들이 많다”며 “호기심으로 시작해 집까지 날릴 수 있는 성인오락실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선량한 시민들을 헤어날 수 없는 길로 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피해가 잇따르자 시민단체들도 도박폐해 방지를 위한 사회운동에 발벗고 나섰다. 개신교계 시민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사행성 도박게임장의 피해사례를 알리고 도박게임의 근절을 위한 법적,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 단체는 18세 이상 성인 남녀의 9.3%에 달하는 320만명이 도박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고 이중 3.8%인 130만명이 병적 도박자인 것으로 추정하고있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바다이야기’와 ‘황금성’ 등의 간판을 단 성인오락실이 사행성 도박게임의 주범”이라며 “엄격한 규제장치로 사전 예방에 힘쓰고 불법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수반되는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입력시간 : 2006/08/21 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