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3년 내리 하락세를 보인 것은 안타깝지만 당연한 귀결이다. 정치와 경제가 유착돼 부패를 낳고, 그러면서도 서로 돕지 못하고 발목을 잡는 형국이니 경쟁력이 올라갈 리 만무하다. 설상가상으로 경영자와 근로자가 싸우고 지역ㆍ집단이기주의가 극에 달해 있으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정책연구원(IPS)과 국제경쟁력연구원이 전세계 68개국을 대상으로 8개 부문 272개 변수를 적용, 국가 순위를 매긴 결과, 우리나라는 48.50점을 얻어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25위에 랭크됐다. 2001년 22위, 2002년 24위에 이어 3년째 하락세이며, 아시아 경쟁국인 싱가포르(5위), 홍콩(7위), 일본(19위), 대만(20위) 보다 낮으니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요 부문별로 보면 우리나라는 기업가(16위)와 전문가(20위) 등의 부문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근로자(39위), 정치가(35위), 행정관료(30위)로 떨어져 경쟁력 하락의 주요요인이 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도 나아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연구원측은 “ 현재와 같은 고비용 저효율 체제로는 중국, 인도 등 개도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해 국가경쟁력이 아시아 최하위권인 43위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재도약과 추락의 갈림길에서 내리막길로 접어든 게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든다. 곳곳에서 그 같은 징후가 엿보인다. 정치권과 재계는 불법 정치자금으로 인해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노사분규와 집단이기주의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교육의 질적 저하와 고용사정의 악화 등으로 인해 이민이 늘어나고 고급두뇌도 속속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 등으로 인해 성장잠재력이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경쟁력마저 계속 떨어진다면 우리는 정말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내리막길에서 추락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란 점을 직시해야 한다.
국가경쟁력을 강화시켜 재도약의 길로 다시 들어서려면 모두가 힘을 모아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기의식의 공유와 국가적 비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 정치권과 기업은 이번 기회에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어야 하며, 정부는 고부가가치 중심의 성장전략을 확실하게 수립ㆍ시행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정경유착의 후유증과 집단이기주의의를 하루빨리 극복하고 재활 노력을 적극적으로 펴야만 희망의 꼬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