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일조권 침해를 둘러싸고 법적 분쟁에 휘말린 서울 강남 청실아파트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일부 공사를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강형주 수석부장판사)는 단국대부속중ㆍ고와 단국공업고를 소유하고 있는 학교법인 단국대학이 청실아파트 조합 측을 상대로 낸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해 학교와 인접한 아파트 2개 동의 공사중지 결정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따라 23~30층 높이로 설계된 107동은 14~18층, 34층으로 지어질 112동은 15층 이상 층고를 올릴 수 없게 됐다.
당초 단국학원 측은 청실아파트 17개 동 가운데 8개 동의 공사를 중지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지만 2개 동은 학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나머지 6개 동에 대해서는 신청을 기각했다. "손해배상 수준을 넘어 공사의 전면적 금지를 구하는 경우 더욱 엄격한 잣대로 심사해야 한다"는 이유로 일조권 침해의 정도가 가장 심각한 2개 동에 한해서만 공사 중지를 명령한 것이다.
일조권 침해를 둘러싼 단국학원과 청실아파트 조합 간의 분쟁은 조합이 평균 15층 높이 아파트를 최고 35층 고층으로 재건축하겠다고 사업계획을 짠 시점부터 줄곧 이어져 왔다.
단국학원 측은 학교와 아파트의 거리가 48~86m에 불과한 상황에서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면 학교의 일조권 침해가 심각하다며 층고를 낮출 것을 요구했지만 조합 측은 설계 변경은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조합은 대신 일조 방해에 대한 손해를 금전적으로 보상하겠다며 22억원까지 제안했지만 학원 측은 층고를 낮추지 못하겠다면 대체교실 100개를 지어달라고 요구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둘간의 분쟁은 법정으로까지 이어졌고 법원은 일부 공사중지 결정을 내려 학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청실아파트가 원래 설계안대로 지어질 경우 단국공고는 10여개의 창을 제외한 모든 창이 건물에 가려져 낮 시간 연속 30분 이상의 일조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 건물에 의해 이미 일조 방해를 받고 있었다 해도 이 건물의 신축으로 인한 일조권 침해 정도가 너무 심각해 인접 2개 동의 공사중지 결정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 결정이 본안 소송에 앞서 진행하는 가처분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충분한 증거조사 후에는 달리 판단될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번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재건축 조합 측의 심각한 재산적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국학원의 일조권이 얻는 가치와 조합 측이 입게 될 재산적 피해를 면밀히 따져 조합 측의 피해가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된다면 공사중지와는 다른 판단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