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새영화 '사일런트 힐'

영화로 부활한 베스트 호러게임…모성·괴물 대립구도…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잘 살려

크리스토퍼 강스 감독은 게임원작에서는 남자였던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꿔 모성애라는 코드를 삽입한 뒤 영화전체의 분위기도 원작을 능가하는 크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는 평을 받았다.


‘사일런트 힐’은 플레이스테이션 2용으로 발매돼 전 세계적으로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코나미의 베스트셀러 게임이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고립된 마을에서 괴물들과 사투를 벌인다는 설정의 이 게임은 특유의 공포감으로 많은 마니아들을 양산했고, 모두 4편까지 속편이 제작되기도 했다. 영화 ‘사일런트 힐’은 이 베스트셀러 게임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게임을 영화화했다고 해서 ‘DOA’처럼 게임캐릭터를 단순히 영화화면에 옮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늑대의 후예들’등 스타일리시한 공포물을 만드는 데에 장기가 있는 크리스토퍼 강스 감독은 주인공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꾸고, 모성애라는 코드를 잔? 집어 넣어 특정 세대만 열광하는 게임을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그의 이런 시도는 적중해 올 4월봄 할리우드 개봉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남편 크리스토퍼(숀 빈)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던 로즈(라다 미첼). 유일한 걱정은 입양한 딸 샤론(조델 퍼램드)이 몽유병 증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잠든 상태에서 기이한 행동을 하며 ‘사일런트 힐로 가야 한다’고 외치는 딸. 이런 샤론의 비밀을 풀기 위해 로즈는 30년 전 불타버린 마을 유령마을 ‘사일런트 힐’로 향한다. 그러다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길을 잃고, 30년간 침묵하고 있던 저주가 꿈틀거리는 그 곳에서 딸까지 잃어버린다. 이제 로즈는 샤론을 찾기 위해 안개와 공포가 가득한 마을을 정처 없이 헤매게 된다. 종종 로즈는 일반적 상황이라면 설득력을 잃을 듯한 행동들을 영화에서 하기도 하는데, 아이를 잃은 엄마라는 상황과 영화 가득 깔려있는 아득한 느낌 때문에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누구라도 이렇게 아이를 잃으면 로즈처럼 이성을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화는 상영 시간동안 관객들에게 아이 잃은 여인의 시선을 통해 유령 들린 마을을 함께 탐험하게 하며 그 절망적인 느낌을 대리 체험하게 한다. 영화 전체에 깔린 아득한 안개는 이 막막함을 배가시킨다. 이렇듯 감독은 영화 전체를 흐르는 그로테스크란 분위기를 통해 무섭다기 보다는 불쾌하고 기괴한 느낌의 공포를 완성해간다. 유려한 특수효과는 이 영화의 또 다른 강점. 잔혹한 장면의 삭제 없이 무삭제로 개봉되는 영화 속의 각종 괴수들은 현실감이 넘친다. 한편으론 아이를 찾고 한편으론 괴물에게 쫓기는 엄마의 모습이 애닯다. 배우들은 스타급은 없지만 모두들 안정된 연기를 펼친다. 특히 아이 잃은 엄마를 연기한 라다 미첼은 그 황망한 느낌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 냈다. 참, 영화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 데보라 윙거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영화 속 그녀는 과거에 보았던 그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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