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7월 31일] 푸른 눈의 관광공사 사장

한인 2세인 고경주(미국명 하워드 고) 미 보건부 차관보와 고홍주(해럴드 고) 미 국무부 법률고문(차관보급) 형제가 미국 상원의 인준을 통과한 것을 계기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3일 '한국 이민자 형제'의 성공담을 집중 조명했다. 올 3월에는 재미교포 1.5세인 김용 박사가 다트머스대학 총장에 선출됐다. 200여년이 넘는 미국 아이비리그 역사에서 아시아인이 총장에 선출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미국 내 한인 이민사회의 성장에 힘입어 미국 이민 한국인들의 주류 사회 편입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체류 외국인 100만명 시대에 진입하면서 어느 때보다 다문화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나 다문화 가정 지원 등 정부ㆍ민간기업 할 것 없이 열린 사회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인의 참여가 엄격히 제한됐던 공무원 조직도 공무원법 개정을 계기로 외국인이 별정직 공무원이나 정무직으로 임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려 독일 출신 귀화 한국인인 이참씨가 29일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정부가 국제적 감각을 갖추고 능력 있는 외국인들을 적극 기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앞으로 제2ㆍ3의 외국인 출신 공기업 사장 혹은 고위 공무원이 나올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그를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외국인 출신이 한국을 세계에 세일즈하는 관광공사 사장 자리에 앉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 한국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세계에 보여줄 능력이 충분한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공사 노조는 공사 수장으로서 자질과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공사에 발 들여놓을 생각을 접어야 한다는 성명서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고씨 형제의 미 행정부 입성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던 우리가 20년 넘게 한국인으로 살아온 이참씨에게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되돌아볼 때다. 이참이라는 이름에 담긴 뜻처럼 그에게 한국인으로서 한국을 위해 참여하고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한국의 배타적인 순혈주의를 지양하고 열린 사회를 만들어가는 글로벌 시민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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