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경제 심상찮다] 불안요인 파급 최소화 미리 손써야

[내년경제 심상찮다] 불안요인 파급 최소화 미리 손써야 한국경제의 진로에 먹구름이 잔뜩 끼고 있다. 환란이후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의 토대를 닦는 듯하던 우리 경제가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지경으로 접어들고 있다. 고유가추세는 당분간 지속돼 물가상승 압력은 물론 무역수지 흑자방어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세계경기변동을 가름하는 미국 경기는 대선 후유증과 연착륙 논쟁으로 불투명하다. 여기에 기업ㆍ금융구조조정의 후유증으로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고 있다. 특히 성장의 주력인 기업은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취약한 자본시장 상황에서 내년중 60조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해 설비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해 자칫 성장잠재력마저 상실하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성장률 5~6%, 무역흑자 100억달러를 목표로 하는 내년 거시경제운용을 수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금융ㆍ기업구조조정을 시장이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실히 매듭을 짓지 않는다면 환란과는 다른 형태의 위기, 즉 스테그플레이션 우려가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물론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한국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에 더 큰 비중을 두지만 한국경제의 진로가 외부적 변수인 국제유가변동과 미국경기 여부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제2의 위기가능성을 자신있게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한국경제의 펀더맨털이 허약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내수 ◇내수부진= 하반기들어 급속히 위축된 내수는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내수출하 증가율(동기대비)은 지난해 21.1%에서 올 1ㆍ4분기까지는 23.7%를 기록, 높은 증가세가 지속됐다. 그러나 2ㆍ4분기 14.6%로 떨어졌고 다시 9월에는 6.2%로 주저앉았다. 특히 휴대용 전화기, 승용차등 내구소비재는 2ㆍ4분기 까지만 해도 22.0%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나 8월 마이너스 15.9%, 9월 마이너스 23.5%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내수도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10월중 소비자전망조사결과에 따르면 향후 6개월후의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는 89.8로 올들어 처음으로 80대를 기록했다. 소비자 기대지수는 올초부터 8월까지만 해도 100을 웃돌았으나 9월에 90.9로 급락한 뒤 다시 10월에 80대로 떨어졌다. 소비자 기대지수가 100을 넘으면 6개월후 소비가 늘어날 것을 시사하며 100아래로 떨어지면 위축될 것을 시사한다. 소비자 기대지수를 구성하는 6개월후의 경기, 소비지출, 내구소비재구매, 외식ㆍ오락ㆍ문화비 지출등의 전망을 묻는 항목에서 지수가 모두 크게 떨어졌다. 정부는 최근 내수침체의 원인으로 ▦경기상승세 둔화와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가계의 구매력 저하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마이너스 자산효과 ▦구조조정등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불안심리 확산 등을 들었다. 정부는 구조조정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경기가 안정적으로 연착륙하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다시 회복되면서 내수도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연구기관들이 내년의 급속한 경기위축을 전망하고 있고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률 상승 ▦주식시장이 쉽게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있는 점 ▦미국경제 등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 등을 고려할 때 내수 역시 내년에도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민간소비증가율이 지난해 10.3%에서 올해는 7.5%로 떨어진 뒤 2001년에는 4.5%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의식기자 esahn@sed.co.kr ▶ 물가 ◇물가 불안=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국내 물가가 어느 때 보다 불안하다. 물가상승이 아직 피부로 느껴지지 않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의 선행지표격인 원재료와 중간재 가격이 지난 6월 이후 5개월째 상승세를 보이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물가상승이 시차를 두고 관련 산업에까지 파급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년에는 LPG 등 에너지 관련 세제 및 공공서비스요금 등의 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물가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물가가 계속 오를 경우, 기업과 개인의 경제적 주름살이 느는 것은 당연하고 구조조정의 치명적인 악재로도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내수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수요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은 작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제유가 불안과 공공요금 인상 등 수요압력을 감안하면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간ㆍ국책연구기관들은 내년도 물가가 불안하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KDI는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금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중의 안정세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연간 약 2.5%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다"며 "2001년에도 소비자 물가는 성장둔화에도 불구하고 비용측면의 물가압력이 확대되면서 3%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고 밝혔다.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고유가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10월중 가공단계별 물가동향'에 따르면 원재료ㆍ중간재는 지난 9월에 비해 1.7% 올라 5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운데 국산품은 전월에 비해 1.5% 하락한 반면 수입품은 7.3%나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원재료ㆍ중간재 가격이 오른 것은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며 "이는 향후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내년에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서비스요금 및 에너지류의 세제 인상도 고스란히 물가상승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 수출 ◇내년 수출, 한자리대 성장 가능성 높다=우리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두자리수의 꾸준한 증가율을 보이던 수출이 내년에는 한자리수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다. 올 1분기와 2분기 수출성장률은 30%와 21.5%. 3분기는 26.9%의 높은 신장세를 기록했으나 4분기들어 이상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10월 수출증가률이 15.8%로 떨어졌고 11월 들어서도 10%대로 밀렸다. 내년에는 더욱 비관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내년 수출증가율이 한자리수로 떨어져 국내 경기가 급속히 둔화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무역흑자 방어전선에 비상이 걸림은 물론이다. 수출전망을 이같이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로는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가격 하락 ▦11ㆍ3기업퇴출에 따른 금융경색 ▦기업의 설비 투자감소 ▦대우자동차 부도로 인한 자동차 수출차질 ▦미국경기 둔화 등을 꼽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내년중 수출증가율을 11.2%로 전망했으나 수정전망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유로화약세와 미국대선 후유증으로 인한 경기불안 등 대외교역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는데다 국내기업의 수출경쟁력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입은 국제유가 불안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으로 급격히 늘어날 조짐이다. 올들어 10월까지 중동지역 무역적자는 137억9,200만달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97년의 121억2,000만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30~32달러선의 고유가 추세는 최소한 동절기 수요가 몰리는 내년 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올해중 중동지역에서만 무려 150억달러의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의 83억달러 보다 2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미 10월부터 원유수입단가는 배럴당 31달러를 웃돌아 무역흑자방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LG경제연구소의 이근태 연구위원은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고유가 체계가 지속되면 수출해서 번 돈은 석유사는데 고스란히 쏟아붇게 된다"면서 "이 경우 기업은 투자를 늘릴 수 없고, 개인은 소비의 여력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미 정부는 예측치 못한 유가상승으로 무역수지 흑자규모를 지난해말 150억달러에서 120억달러로 수정한데 이어 최근 100억달러로 또다시 내렸다. 이와 관련 지난 14일 국제통화기금은 우리정부와의 정책협의에서 내년중 경상수지 흑자가 6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던졌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내년중 무역수지 흑자 목표액을 100억달러로 책정하고 있으나 내년중 수출에 호재가 될만한 요인은 찾아 보기 힘들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다"면서 "수출부진이 성장잠재력 잠식으로 연결되지 않을 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 입력시간 2000/11/16 19:11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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