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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17일 "주변국이 우리의 국방안보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방한 중인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가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우리 정부의 공식 대응의 수위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 질의응답을 마친 뒤 보충설명을 자청해 "주변국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해 나름대로 입장을 가질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사드 문제의 근본 원인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있다는 것이며 그 위협은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해 사드 배치 쪽에 무게를 두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이는 북핵과 미사일 문제의 진전이 없는 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을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협의를 요청해올 경우 군사적 효용성과 국가안보 이익을 고려해 우리 주도로 판단하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특히 "지난 2월4일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이런 뜻을 중국 측에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공개했다.
김 대변인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미국이 공식적으로 요청한 적이 없다. 요청이 있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그동안 적극적인 해명이나 입장 표명을 자제해온 정부가 보다 강한 입장을 표명한 이유가 무엇이냐다. 현재로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사드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비판 여론이 잠복한 가운데 중국의 압력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보다 미묘한 문제여서 속단이 어렵지만 미국과 상호 교감이 이미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방한 중인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중국의 간섭을 비판하며 "언제 어떻게 그렇게 조치할지는 한국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한 대목은 김 대변인의 발언과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국방부 안에서는 이 문제가 더 이상 확대되는 분위기를 피하고자 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국방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제는 사안마다, 발언이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국익을 위해 냉정을 찾고 로키(low-key·과도한 언급이나 홍보를 자제하는 것) 전략을 펼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와 국방부의 입장이 어떤 것이든 확실해지는 점이 하나 있다. 정부가 견지해온 전략적 모호성이 효력을 잃고 논란은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와 미국·중국 간의 외교적 신경전과 마찰이 거세질 것이라는 점이다. 불과 하루 간격으로 미국과 중국의 차관보급 외교관이 한국을 찾아 동일 사안에 대해 상반된 인식을 보이고 말싸움을 벌인 상황 자체가 사상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