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왜곡된 역사인식 판치는 외국인 관광 가이드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역사를 폄하·비하해 설명하는 관광 가이드가 상당수라고 한다. 특히 중국 관광객을 안내하는 가이드 가운데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많다는 소식이다. 대부분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 국적자여서 중국 중심의 역사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여행업협회가 중국 관광객 유치실적 상위 30위 여행사를 대상으로 가이드 국적을 조사해보니 중국 국적·귀화자 75%, 대만 국적자 9% 등 중화권이 84%에 달했다. 한국 국적은 16% 수준이었다. 국적을 보고 가이드의 능력을 판단하거나 차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제는 중국어 가이드로 활동하는 대다수가 중국 시각에서 한국사를 배워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라는 역사관을 가졌다는 점이다.

협회 조사에서 드러난 중화권 가이드들의 엉터리 역사 설명 사례를 보면 어이가 없다. '경복궁의 박석을 울퉁불퉁하게 만든 것은 중국 사신이 지나갈 때 조선 신하들의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느니 '명성황후의 사촌 여동생이 청나라 고문관 위안스카이의 부인'이라는 식이다. 이런 허무맹랑한 설명을 들은 관광객들이 우리 역사와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가이드는 외국인 관광객을 가장 친밀하게 대하는 관광 첨병이다. 영국 등 유럽에서 자국 자격증을 가진 가이드를 의무화하고 역사나 문화를 설명하는 데 다국어 안내방송을 활용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처럼 그릇된 역사인식에 빠진 가이드를 방치하는 것은 역사왜곡을 인정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중국어에 능통한 한국인 전담안내사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11일부터 우리 역사와 문화가 담긴 리플릿과 소책자를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등에게 배포하기 시작했다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관광객 유치는 단순히 경제적 이해득실만 따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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