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정동진·성산일출봉등도 명소로 꼽혀
강화 동막해수욕장 낙조 '서해 제일'… 왜목마을선 일몰·일출·월출 한눈에
변산반도·해남 땅끝마을도 가볼 만
매일 지고 뜨는 태양이지만 연말연시는 늘 특별하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를 마음에 새겨보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을 얼마나 얻고 또 잃었는지 조심스럽게 되뇌어 볼 때다. 그래서 이맘때면 전국의 해넘이 명소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붉게 물드는 저녁노을에 젖어보고는 한다. 또 부푼 꿈을 품고 치솟아 오르는 해를 보며 미래를 설계하려는 사람들의 발길도 분주하다. 해넘이·해돋이 여행을 위해 전국 명소 14곳을 추천한다.
<일출 명소>
◇서울 아차산=서울 광진구 아차산은 서울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다. 행정구역상으로 서울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아차산은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장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할 정도로 서울의 해돋이 명소로 유명하다. 광진구는 2014년 새해 첫날 오전7시부터 약 1시간30분 동안 '2014 아차산 해맞이 축제'를 연다. 지난 2000년 행사가 시작된 이래 횟수로 15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매년 4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이는 서울의 대표적 해맞이 행사로 성장했다. 내년에도 신년 메시지 낭독, 새해 덕담 나누기, 새해기념 문화공연 및 체험행사 등 다채로운 내용이 펼쳐진다. 내년 1월1일 일출 예정시각은 오전7시46분이다. 아차산은 지하철역 5호선 광나루역이나 아차산역을 이용하면 된다. 산 정상으로 오르는 데는 약 40분이 걸리며 길이 완만해 크게 힘들지는 않다.
한편 서울에서는 자치구별로 남산·인왕산·하늘공원 등 산과 공원에서 해맞이 행사를 갖는다. 지역마다 장소가 다르기 때문에 시청이나 구청 홈페이지를 확인하고 나가는 것이 좋겠다.
◇강릉 정동진=강원도 강릉시에 있는 정동진은 조그만 바닷가이지만 전국에서 가장 해안에 가까운 역이 있고 또 1995년 국민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장소로 유명해진 곳이다. '정동진'은 서울 광화문의 정동 쪽에 자리 잡고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강릉에서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바닷가와 나란히 기암절벽이 굽이굽이 이어지고 그 아래 우거진 송림 사이로 아기자기한 백사장이 펼쳐진다. 바다와 소나무, 한적한 역사와 기차라는 낭만적인 경치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정동진의 제1경은 해돋이다. 소나무와 철길이 어우러진 해돋이 장면은 이곳 정동진만의 자랑이다. 그리고 매년 1월1일을 기점으로 모래시계 공원에서는 모래시계 회전행사와 해맞이 행사를 하고 있다.
정동진 해돋이를 보기 위해서는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 야간열차를 타면 된다. 5시간이면 일출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다.
다만 열차표 구입이 주말·크리스마스·신년에는 쉽지 않다. 정동진 외에 일대 유명관광지를 묶어서 판매하는 패키지상품을 이용해도 된다. ◇포항 호미곶=경상북도 포항시의 영일만에서 제일 동쪽으로 돌출한 땅끝 호미곶은 인근의 울산 간절곶과 함께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 호미곶은 16세기 조선 명종 때 풍수리지리학자인 남사고가 '산수비경' 에서 "한반도는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만주를 할퀴는 형상으로 백두산은 호랑이 코,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기술하면서 천하의 명당으로 전해졌다. 또 고산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만들면서 국토 최동단을 측정하기 위해 영일만 호미곶을 일곱 번이나 답사 측정한 뒤 우리나라에서 가장 동쪽임을 확인하고 호랑이 꼬리 부분이라고 기록했다.
매년 1월1일이면 가장 먼저 뜨는 해를 보기 위해 전날 밤부터 사람들이 몰려온다. 인근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불을 밝힌 장기곶 등대와 등대박물관·구룡포항 등의 볼거리가 있어 아쉽지 않은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영일만의 해안도로는 드라이브코스로 유명하다
◇제주 성산일출봉=제주도를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나 봤을 장면이 성산일출봉의 해돋이다. 산의 이름 자체가 '일출봉'이다. 제주도 서귀포시는 12월31일부터 내년 1월1일에 걸쳐 '성산일출축제'를 갖는다. 송구영신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원축제이자 전통문화와 예술관광을 테마로 지역민들과 흥과 멋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된다.
해돋이를 보기 위해서는 성산일출봉에 올라 동쪽 바다를 쳐다볼 수도 있지만 조금 떨어져서 성산일출봉 옆으로 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것도 괜찮다. 신이 빚어놓은 듯한 성산일출봉이 붉은 태양과 어우러져 장엄한 풍경을 자아낸다.
◇기타=우리 국토의 동쪽 끝 독도에서 새해를 시작한다면 그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다만 겨울철에는 독도와 연결하는 정기편이 없다. 울릉도에서 새해를 맞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고된 뱃길이지만 겪을 만한 가치가 있다. 맑은 공기 속에서 새빨갛게 물드는 바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대·최고의 해수욕장인 부산 해운대에서도 '2014 해맞이 부산축제'가 1월1일 오전6시30분부터 8시까지 열린다. 수십만명이 참가하는 흔치 않은 행사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 해운대의 매력이다. 앞서 12월31일 오후11시부터는 용두산공원에서 타종식이 열리면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 바닷가는 아니지만 지리산 천왕봉도 해돋이 명소다. 산들의 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보는 것은 모든 산악인들의 꿈이다. 천왕봉 해돋이를 제대로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일몰 명소>
◇강화 동막해수욕장=강화도의 남쪽 해안인 화도면에 위치한 동막해변은 마니산 줄기가 남으로 뻗어내려 가면서 바다와 만나는 곳이다. 여름철 밀물 때는 강화도 내의 유일한 해수욕장으로, 썰물 때는 갯벌체험장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겨울철에는 강화도 남서쪽에 있는 장봉도 너머로 해가 떨어지는데 이 낙조가 서해안 제일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평소에도 전국에서 몰려드는 전문 사진사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연말이면 해넘이 인파로 장사진을 이루는 곳이다. 우리나라 각 시대의 역사가 곳곳에 새겨져 있어 '국토박물관' '살아있는 역사교과서'라고 불리는 강화도 곳곳을 둘러본 후 마지막으로 낙조를 감상한다면 더욱 감흥이 있을 법하다. 지난 2002년 강화 남부와 김포를 잇는 초지대교가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한층 편리해졌다.
◇당진 왜목마을=충남 당진시 왜목마을은 전국에서 일몰과 함께 일출·월출 광경까지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이는 해안이 북쪽을 향해 툭 튀어나온 독특한 지형구조 때문이다.
왜목마을 석문산 79m의 정상에 오르면 장고항 용무치~경기도 화성시 국화도를 사이에 두고 시기별로 위치가 바뀌면서 일출과 월출이 이뤄진다. 일몰은 당진시 석문면 대난지도와 소난지도 사이의 비경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왜목마을의 해돋이가 짙은 황토 빛으로 바다를 가로지르는 물기둥을 만든다면, 해넘이는 용광로같이 활활 타던 태양이 서서히 빛을 감추면서 수평선과 하늘을 동시에 검붉게 물들이며 바닷속 깊이 잠겨 버리는 모습이다. 다만 시골마을이 벼락관광지가 되면서 식당과 호텔·주차장이 극히 부족한 것이 단점이다.
◇부안 변산반도=격포항을 비롯, 적벽강·채석강 등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 전역이 해넘이 장소다. 7,000만년 전부터 층층이 쌓인 바위로 이뤄진 절벽 채석강은 그 자체로도 웅장하지만 해가 숨을 다하며 내뿜는 붉은 기운을 잔뜩 머금었을 때는 더욱 오묘하다. 격포항에서는 좌우에 있는 방파제의 붉은 등대와 흰 등대로 위로 떨어지는 일몰은 수려한 경치에 곁들여 일품이다. 인근 도청리에서 솔섬 옆으로 보이는 일몰은 소박함이 맛이다. 채석강이 있는 격포항에서 모항 쪽으로 가는 길에 전북학생해양수련관 근처에 서면 솔섬이 바로 보인다. 일몰 시간이 되면 좁고 굽은 도로 인근에 차를 세우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운전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전라남도 순천만은 약 800만평의 넓은 갯벌과 갯벌에 펼쳐진 갈대숲, 희귀조류의 월동지로 세계 5대 연안습지다. 여름에는 갯벌 체험, 가을에는 갈대축제, 겨울에는 철새 탐사 등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낮뿐만 아니라 저녁이 돼서도 순천만은 빛나는데 그중 최고는 굽이치는 물길 위로 번지는 낙조다. 해넘이를 구경하기 위한 최고의 위치는 용산전망대다. 저녁 무렵 썰물과 함께 거대한 갯벌이 펼쳐지는데 이 갯벌의 S자 물길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져 나가는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공원이 너무 넓어 일몰 시간에 맞춰 전망대에 닿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 다소 서두를 필요는 있다.
◇기타=충청남도 태안은 해변 전체가 해넘이 명소로 유명하지만 그중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이 유별나다. 특히 겨울철 슬픈 사랑의 전설을 간직한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지는 낙조가 서럽도록 아름답다. 12월31일에는 '안면도 해넘이 축제'가 열린다. 전라남도 해남 땅끝마을은 이름만으로도 한 해의 마지막 해넘이 장소로 잘 어울리는 곳이다. 보길도·노화도 등 수많은 섬들이 펼쳐진 드넓은 바다와 어울리는 일몰과 함께 한 해를 정리할 수 있는 곳이다.
바닷가는 아니지만 경상북도 영주 부석사도 떠오르는 해넘이 명소다.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본 태백산맥의 낙조가 범종 소리와 어울려 청아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조용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잘 어울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