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디자인 작가 생활하다 청년창업가로 변신 제2 인생

단조로운 돋보기에 패션 더해 입소문 타고 백화점까지 진출

월매출 8000만원 안정적 수익… "디자인에 작가적 감성 입힐 것"

윤혜림 이플루비 대표(31·사진)는 중학교 때부터 '주얼리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왔던 작가 지망생이었다.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뒤 신당창작아케이드에 입주해 3년 정도 전업작가로 활동했다. 운 좋게 적잖은 작품활동 지원도 받았지만 작가로서의 삶은 쉽지 않았다.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해도 본업인 금속공예의 재료비를 마련하기에도 빠듯했다. 월급을 받아 이것 저것 떼고 수중에 쥐어지는 돈은 고작 1,000원 뿐이어서 에 남은 돈으로 김밥을 사먹을지 아님 재료를 사는데 보탤지 고민하던 시간의 연속이었다. 고심 끝에 윤 대표는 매일매일 돈 걱정에 시달리는 작가 생활에서 벗어나 사업가로 변신을 시도했다.

청년사업가 윤 대표가 처음으로 내놓은 제품은 예술적 감성을 더한 패션 돋보기였다. 이 제품은 실버세대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 될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윤 대표는 "시력이 좋았던 엄마까지 나이가 들어 돋보기를 찾는 걸 보고 주위 가게를 모두 돌아다녀 봤지만 젊은 세대들을 위한 주얼리만 있을 뿐 사용 편의성과 디자인이 뛰어난 돋보기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사업 가능성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 9월에 제품을 선보이자마자 고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윤 대표는 "현장에서 판매활동을 하던 중 한 아주머니가 내가 대표인 걸 알아보고 '평소 꿈꿔왔던 제품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두 손 잡고 악수를 수차례를 한 적도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별다른 인맥 없이 제품력 하나만 믿고 백화점MD에게 제안서를 돌리는 패기가 주효했다. 그 결과 신생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주요 백화점에 진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특히 하루 매출 50만원이 나오던 공간에서 3~4배의 매출을 올리자 백화점 MD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이플루비는 한 달 최대 8,000만원(약 700대)의 매출을 올렸으며 1년이 다 돼가는 현재 안정적인 시장 수요도 확보한 상황이다. 제품 품질 역시 시행착오 끝에 업계에서 보기 힘든 최고급 유리 렌즈와 금속 디자인의 결합으로 단조로운 디자인 일색이었던 기존 플라스틱 돋보기 제품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대표는 주위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지금의 자리까지 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초기에 시제품 만드는 데만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중진공청년사관학교에 입교하며 재료비를 지원 받아 평소 기획했던 수십 가지의 디자인 제품을 모두 만들어볼 수 있었다"며 "특히 제조업에 뛰어든 청년창업자들은 사실 사전 제작비용조차 구하기가 막막한 게 현실인 만큼 능력과 열정을 가진 친구들에게는 정부 차원에서 기회를 충분히 줬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작가에서 창업가로 변신한 윤 대표가 생각하는 창업의 매력은 무엇일까. 창업의 진정한 매력은 돈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넓혀가며 성장하는데 있다는 게 윤 대표의 생각이다. 윤 대표는 "안경형 돋보기, 뚜껑이 있는 돋보기 등 신제품 출시와 오프라인 매장 개설로 새로운 도약에 나설 것"이라며 "지금까지 사업가로서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제품 품질 업그레이드와 판로확보에 노력했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디자인을 통해 작가적 감성을 뽐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