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추석이다. 차례상에 형형색색의 푸짐한 음식을 보면 식욕은 절로 돋는다. 그러나 음식물 알레르기 경험이 있다면 명절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음식물 알레르기란 섭취한 음식물 혹은 그곳에 포함된 첨가물이 항원으로 작용, 알레르기 반응을 불러 여러 가지 증상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 때 음식물은 입으로 섭취하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하루 세끼 식사 외에도 간식 음료수 술도 해당되고 식품 첨가물도 마찬가지다.
서울의대ㆍ연세의대ㆍ아주의대에서 알레르기 증상으로 내원한 1,452명에 대해 피부단자시험을 실시한 결과 성인의 경우 번데기(10.1%) 새우(6.4%) 밤(3.4%) 등의 순으로 음식물 알레르겐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소아는 메밀가루(10.7%) 새우(10.1%) 밤(9.5%) 계란(5.9%) 콩(4.7%) 땅콩(4.1%) 밀가루(3%) 등의 순이었다.
분당서울대병원 장윤석(내과) 교수는 “음식물 알레르기는 어떤 음식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해당 음식물을 섭취할 때 이상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면서 “두드러기가 가장 흔하며 구토나 설사 복통 천식 비염도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우에 따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반응도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문제의 음식물은 특정인에게만 과민반응을 일으킬 뿐 다른 사람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혼동되는 질환 중의 하나는 음식물 알레르기와 식중독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식중독은 음식물 내에 포함된 독성물질, 즉 세균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오염된 음식을 섭취했을 때 나타난다. 식중독이 음식물을 나눠 먹은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면 음식물 알레르기는 그렇지 않다.
음식물 알레르기나 식중독 이외 음식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이상증상의 원인은 소화효소 결핍이 있다. 우유 속에 들어 있는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락타아제ㆍlactase)가 결핍된 상태에서 우유를 마시면 유당이 분해되지 않으므로 흡수는 물론 소화가 되지 않는다. 유당이 소장에 그대로 남아 설사나 복통을 일으킨다는 말이다.
음식물 알레르기의 유병률은 소아 6~8%, 성인은 1~2% 정도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특정 음식물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검사를 해보면 실제로는 1/3 정도에서만 양성반응을 보인다.
장 교수는 “쌀과 밀 등 곡류는 물론, 과일 채소 육류 생선 우유 청량음료 술 등 거의 대부분의 음식물이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계란 땅콩 우유 콩 생선 밀가루는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성인의 경우 새우 게 가재와 땅콩은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메밀 복숭아 번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막국수나 냉면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메밀은 예민한 환자에게 쇽(Shock)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장 교수는 “어느 질환이나 마찬가지지만 음식물 알레르기도 원인식품을 회피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예방책이자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원인식품을 모른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이상증상을 일시적으로 가라앉히는 대증요법이 필요하다. 대증요법으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치료제는 항히스타민제. 최근에는 중추신경계로 침투하지 않는 항히스타민제가 개발돼 졸음 등 부작용이 없이 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