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수요자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8.29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시장은 여전히 침체상태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한 시민이 매물 시세표가 빼곡히 붙어있는 서울 용산의 한 공인중개업소를 지나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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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세는 멈췄는데…'
정부가 8.29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일주일이 흐른 지난 주말. 수도권 주요 아파트단지 인근 부동산시장은 기대와 달리 여전히 한산했다.일부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고 매물을 거둬들인 지역도 있었지만 활발한 거래는 일어나지 않았다. 몇 달째 비탈길을 내려가던 집값은 일단 멈췄지만 상승세 반전의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설명이다. 주말 수도권 주요 부동산시장을 직접 둘러봤다.
경기 분당신도시는 정부의 8.29대책에 따라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됐던 지역이다. 서울 강남권이 인접하고 올 들어 집값이 국민은행 기준 4.3%나 하락해 대출규제 완화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살아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오후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양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그러나 이런 예상과 달리 썰렁하기만 했다. 이 아파트는 단지 규모가 크고(2,419가구)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이 가까울 뿐만 아니라 백화점, 학교 등이 잘 갖춰져 있어 분당을 대표하는 주거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서현동 해내밀공인 관계자는 "지난 일주일 동안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매도 호가를 올린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당분간 집값이 내리지는 않겠지만 거래까지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인근 부동산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부분의 중개업소가 문을 열었지만 상담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은 찾기 어려웠다.
정부대책이 발표된 후 일주일 동안 개포주공1단지에서 이뤄진 거래는 2건 정도에 그쳤다는 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이다. 개포동 W공인 관계자는 "대책이 발표된 직후에는 비교적 인기가 많은 42㎡형의 호가가 1,000만~2,000만원 가량 오르고 매물을 거둬들인 집주인도 있었지만 최근 다시 물건을 내놓고 있다"며 "거래량 자체로만 따지면 오히려 대책 발표 전주 보다 매매 건수가 조금 줄어든 셈"이라고 말했다. 인근 부일공인 관계자 역시 "결과적으로 정책 발표 전이나 후나 거래량ㆍ매매가에는 큰 차이가 없다"며 "다만 최근에는 강남권이 아닌 다른 지역에 보유중인 집만 팔리면 매수에 나서겠다는 실수요자들이 많아 당분간 분위기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사정도 특별히 다르지 않다. 지난 일주일 간 일부 호가를 올린 집주인은 있었지만 실제 거래는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현지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잠실 삼성공인 관계자는 "매도 대기자의 기대 심리와 달리 매수세가 전혀 없어 거래가 이뤄지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4ㆍ4분기에 서울에서 분양하는 민간아파트 중 '최대어'로 평가 받는 성동구 왕십리뉴타운2구역 부근 부동산시장도 활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오는 10월 중 분양 예정인 왕십리2구역은 지하철2호선 상왕십리역이 가깝고 전매제한이 없어 유망 상품으로 지목된다.
인근 청계공인 관계자는 "109㎡형의 조합원 입주권 시세가 7억원 선이고 가끔 급매물도 나오지만 정부 대책과 무관하게 매수세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양천구 목동 역시 이번 정책의 수혜지 중 하나로 꼽히지만 시장은 차분하기만 하다. 목동아파트 중 가장 입지조건이 좋은 것으로 평가 받는 목동7단지 89㎡형은 6억6,000만~6억9,000만원 선에서 호가를 형성한 채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과거 정부에서는 이 정도 대책이 나오면 매수 예정자들이 곧바로 반응했는데 지금은 매우 무감각하고 반응속도도 느리다"며 "근본적으로 집값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거래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매매시장과 달리 전세시장은 대부분 지역에서 상승 조짐이 감지됐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있는데다 매수에 나서야 할 실수요자들이 전세로 방향을 틀거나 극도의 관망세를 보이면서 전세 물건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세값이 계속 오르면 주택구입으로 눈을 돌리는 실수요자가 나타나면서 집값이 제자리를 찾아갈 수도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