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금융 당국자들은 러시앤캐시의 예주·예나래저축은행 인수를 승인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30여개 부실저축은행을 모두 매각·정리하는 상징적인 날이었기 때문이다. 한 당국자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부실저축은행을 수술대에 올렸고 신제윤 현 위원장이 모두 정리했다"며 금융위의 행적을 자화자찬했다.
실제로 최근 나온 2014년 회계연도 상반기(2014년 7~12월) 저축은행 업계의 당기순이익은 1,938억원으로 5년여 만에 분기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전국민적 공분을 샀던 '저축은행 사태'는 이렇게 일단락된 듯 보인다.
하지만 영업정지에 따라 현재 구속돼 갇힌 사람들의 '현실'을 보면 저축은행 사태의 먹구름이 꼭 걷힌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구속된 사람 중 일부는 이미 석방됐지만 그들에게 '사면'은 없었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저축은행 사태로 수감된 170여명 중 한 명도 정해진 형기 이전에 출소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김모 전 P저축은행 대표가 석방됐지만 그 역시도 출소하는 당일 12시까지 정해진 형기를 모두 채워서야 교도소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사면이 없었던 것은 역시 사태 발발 3년이 넘었지만 국민적 공분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국회 자료를 보면 저축은행 사태로 한국 사회가 치른 비용은 26조6,711억원, 피해자만도 10만8,999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선박을 이용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해양경찰청에 검거됐다. 최근 김 전 회장은 1,016차례의 변호사 접견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고 저축은행 사태 핵심 브로커 이철수씨도 1,171차례 접견을 해 공분을 자아냈다. 지난해 말에는 부산저축은행 그룹 임직원이 고객 돈 수십억원을 빼돌려 부동산·주식 등 개인투자를 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관계자들이 불구속기소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로 붙들려 간 사람들에게 사면이 없는 이유가 고구마 줄기처럼 끊임없이 나오는 비리·불법 때문 아니겠느냐"며 "부실저축은행이 대부분 정리되고 업계가 흑자전환에 성공해 겉으로는 정상화됐다고 해도 저축은행에 대한 어두운 인식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다"고 씁쓰레해했다.